[여의도포럼-변환철] 曲木과 直木 기사의 사진

“기본은 나무의 뿌리와 같다. 그동안 효율을 중시했지만 이제는 기본을 지켜야”

법원은 지난 28일 한나라당 전국위원회에서 개정된 당헌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전당대회 전에 다시 전국위원회를 소집해야 하는 등으로 전당대회 준비 작업이 차질을 빚자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7일 열린 한나라당 전국위원회에는 재적 대의원 741명 중 164명만이 참석하였으나 의장은 사전에 266명의 대의원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았으므로 과반인 430명이 참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당헌 개정 의결 절차를 진행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정당법 제32조가 ‘정당의 모든 대의기관 결의에 관해 서면이나 대리인에 의한 의결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들어 ‘위원회의 의결 절차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한나라당은 위임장에 의한 표결이 정당의 오랜 관행이었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찬반 의사 표시 없이 모든 걸 위임하는 형식의 위임장은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근본적으로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대의제를 근간으로 하고, 대의제는 구성원의 의사가 충실하게 반영됨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이번 당헌 개정은 이러한 대의제의 기본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관중(管仲)은 곡목(曲木)과 직목(直木)의 예화에서 잘 지적하고 있다. 제나라 환공(桓公)이 어느 날 관중과 함께 말을 키우는 마구간을 둘러보다가 마구간 관리인에게 물어 보았다. “마구간에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인가?”

관리인이 머뭇거리고 대답을 못하자 관중이 대신 대답을 하였다. “소신도 지난 날 마구간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 잘 압니다. 마구간에서 제일 어려운 일은 우리를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를 만들 때 처음에 굽은 나무를 쓰면 그 굽은 나무가 다음에도 굽은 나무를 쓰게 만듭니다(曲木又求曲木 곡목우구곡목). 그렇게 계속 굽은 나무를 써야 우리를 지어 나갈 수 있으니 곧은 나무를 쓸래야 쓸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곧은 나무를 쓰면 그 곧은 나무가 또 곧은 나무를 쓰게 만듭니다(直木又求直木 직목우구직목). 그래서 이제는 굽은 나무를 쓸래야 쓸 수가 없게 되지요.” 굽은 나무로 만든 우리가 우리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 없다. 관중은 제대로 된 우리를 만들려면 처음부터 직목을 써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필자는 직업이 교수이다 보니 학생들로부터 법학 공부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필자의 대답은 한결같다. 기본에 충실할 것. 학생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대답이라는 것을 필자도 알지만 사실 필자도 그 이상의 방법을 알지 못한다.

수년 전 사법시험에서 형법 1차 시험문제가 그 이전의 출제경향과 조금 달리 나온 적이 있었다. 출제경향을 달리하였다고는 하나 판례의 기본이 되는 사실관계와 법리를 이해하고 있었다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판례에 대한 기본적 이해 없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판례를 그저 외우기만 한 학생들은 그해 시험에서 크게 낭패를 보았다고 한다. 기본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시험이었다.

옛날 어느 왕이 덕이 있는 현자를 불러 물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참이며, 훌륭하게 사는 일인가?” 현자가 대답했다. “지나치게 욕심을 갖지 않고 착한 일을 많이 하며 살면 됩니다.” “아니 그거야 세살 먹은 어린애도 아는 일 아닌가?” 왕이 현자의 대답에 힐난조로 말하자 현자는 조용히 웃음 띠며 말했다. “세살 먹은 어린애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80 노인이라도 제대로 실천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기본이란 나무의 뿌리와도 같다. 천년의 거목도 그 바탕은 깊고 튼튼한 뿌리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안다. 그러나 이러한 이치를 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은 소홀히 한다. 압축 고도성장을 이룩한 우리 사회는 그동안 효율을 중시해 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한층 더 성장·성숙하기 위해서는 뿌리가 되는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변환철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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