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검찰의 항변 이유 있다 기사의 사진

국회가 형사소송법 196조 3항을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개정한 데 대해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초 검찰과 경찰은 이를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합의했었다. 검찰은 이 같은 검·경 합의안이 국회에서 뒤집힌 데 반발하여 대검 검사장급 5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또 4일엔 김준규 검찰총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책임 문제와 관련하여 이귀남 법무장관에게도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밥그릇싸움이 아니다

검찰의 반발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통령령으로 할 경우, 검찰과 경찰의 의견을 토대로 합의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의 입김이 세져 검찰의 효율적인 지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할 경우 정치적 중립이 훼손되고 정치권력의 개입이 용이해진다는 주장이다.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현행 규정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지키기 위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검찰에게는 유감스럽게도 국회의 형소법 개정안 표결 결과, 여론조사결과, 많은 언론들의 논조는 검찰에 우호적이지 않다. 국회의원 200명 투표에 174명이 대통령령 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검찰의 입장에 반대한다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기자는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생각해봤다. 국회의원이나 많은 국민이, 전문 법률적 측면과는 별개로 검찰이 경찰보다 힘이 센 기관으로 보고 있는 데 따른 결과라는 게 결론이다. 이 문제는 국민의 인권과 관련하여 중요한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도 법률 전문가 집단인 검찰이 수사를 더 적극적으로 지휘함으로써 경찰의 수사에서 있을 수 있는 인권 침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기자의 생각과는 달리, 검·경의 밥그릇 싸움 내지는 자존심 대결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그게 밥그릇 싸움 같으면 힘센 검찰이 독식하지 말고 경찰에 조금 나눠주라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서가 여론을 그리 끌고 갔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같은 맥락에서, 법무부령으로 힘센 검찰의 입장만 담는 것보다는 대통령령으로 함으로써 경찰의 입장도 반영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다. 검찰은 수사 지휘에 관한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정해야만 정치권력 등 외풍으로부터 수사의 독립을 지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법무부장관도 수사에 직접 개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 쪽은 정치적 중립도 검찰의 의지와 관련된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성숙한 모습 기대한다

이처럼 검찰의 항변에도 이유가 있고 심각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검찰이 이번에 역풍을 맞은 가장 큰 이유는 검찰 수뇌부의 집단행동 식 의사표시이지 않았나 싶다. 물론 검찰이라고 자신의 거취로 의사표시를 하지 말라는 법이 없고 또 너무 심각한 사안이라서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요 공권력기관인 검찰이 마치 이익집단처럼 자신의 뜻에 반한다고 하여 수뇌부가 집단으로 사의를 표명해버리면 이 나라의 사정 활동이 마비되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그것이다.

검찰로서는 관계 기관끼리의 합의가 뒤집혔다는 점, 법률적으로도 자신들이 옳다고 확신하는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 등 불만이 클 것이다. 그러나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결정이고 보면 일단 개정 법률을 따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 대신 수사 지휘에 관한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합리적인 의견 제시로 검찰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시키도록 노력하는 게 순리일 것 같다. 또 시행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합리적으로 개정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검찰로서는 이번 일이 적지 않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국가 최고의 사정기관으로서, 또 최고의 엘리트 집단으로서 국가의 중추적 기능이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충격을 흡수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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