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세계를 품다-(하) 인도네시아 영농후계자의 꿈] 19세 청년 “커피농장 키울 희망 생겼어요”

[커피, 세계를 품다-(하) 인도네시아 영농후계자의 꿈] 19세 청년 “커피농장 키울 희망 생겼어요” 기사의 사진

지난달 25일 오후 2시 인도네시아 뜨망궁 인근의 커피농장 즈룩왕이. 대표적인 커피품종인 로브스타의 생산지로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커피품질 1위를 기록한 곳이다.

열대성 기후로 습도가 높고 기온이 30도를 웃돌았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런 날씨 속에서 마을사람 10여명이 커피나무에서 체리 열매를 따고 있었다. 커피나무가 사람 키보다 큰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이들은 커피나무 그늘에 몸을 숨기고 열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산의 경사는 일을 더 고되게 만들었다. 커피나무는 경사가 50도 이상인 산비탈에 심어져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오전 8시부터 산을 오르내렸다. 산기슭 중간 중간에 한국 학생들이 보였다. 백석예술대 바리스타학과 학생 10여명은 4박5일 일정으로 커피비전트립을 왔다.

이들 속에 앳된 청년이 눈에 띄었다. 올해 19세 스리와흐유디로 한국 학생들 또래였다. 아직은 공부할 나이였지만 그는 마을 어른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커피를 수확하고 있었다.

스리와흐유디는 지난해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대학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그는 진학을 포기했다. 부모도 그의 진학에 대해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커피를 재배해서 3명 가족의 생활비도 대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스리와흐유디의 아버지 라소요(48)는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이후 평생 이곳에서 커피농사를 지었다. 그의 땅은 2644㎡(800평). 1년간 농사를 지어 커피 50㎏을 생산한다. 비료비 등 이것저것 빼면 11만 루피아를 손에 쥐었다. 이는 먹고사는 데 빠듯한 돈이다. 보통 고등학생 한 달 교육비가 5만5000루피아다.

라소요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 교육을 위해 틈날 때마다 공사판 막노동을 했다. 스리와흐유디도 마찬가지였다. 건축현장에서 자질구레한 일을 도우며 돈을 벌었다. 그렇게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스리와흐유디는 꿈이 있었다. 커피 농업을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모든 커피농가가 잘살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에 진학해 농업을 전공하고 싶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그는 바로 농사에 뛰어들었다. 농사현장에서 희망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끝이 안 보였다. 즈룩왕이의 커피는 품질이 좋아 90% 이상 수출됐다. 그러나 워낙 가격이 싸 농가 수익에 큰 도움은 안 됐다. 커피 농가는 점점 줄었다. 커피를 재배하는 대신 공장에 취업했다.

인도네시아는 스리와흐유디 집처럼 영세한 농가가 대부분이다. 농업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농업 하부구조가 낙후돼 1ha 미만의 영세 농가가 전체 농가의 75%를 차지한다.

그러나 스리와흐유디에게 요즘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한국의 이기쁨 선교사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이 선교사는 커피를 매개로 국내외에서 선교하는 커피프랜차이즈 ‘커피밀’의 상임이사다. 커피밀은 한국에선 교회 카페를 통한 선교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생산지에선 직거래에 따른 수익을 돌려줘 커피 농가를 돕고 복음도 전하는 비즈니스선교 기업이다. 인도네시아 스마트라, 멕시코 치아파스 지역 등에서 이미 커피를 수입하고 있다.

이 선교사는 지난해 즈룩왕이의 커피조합을 방문해 한국에 커피를 수출하자고 제안했다.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아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커피밀도 싼 가격에 커피를 수입하는 것으로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스리와흐유디는 한국에서 온 학생들 환영식, 커피수확 강좌와 실습과정 내내 자리를 지켰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커피 품종 등을 자세히 묻곤 했다.

그는 “커피나무 한 그루 없는 한국에서 그렇게 많은 이들이 커피를 즐긴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또 “가능하면 높은 값을 주려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지만 한국, 한국인과 좋은 관계를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기쁨 선교사는 “우리는 좋은 커피뿐만 아니라 이들의 마음을 사는 것”이라며 “이 같은 비즈니스를 통해 관계를 맺고 복음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렇게 얻어진 수익은 회교국가인 이 나라의 복음화를 위해 쓰일 것”이라며 “커피밀이 비즈니스 선교의 좋은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인구가 1억7000만명 이상인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다. 신앙의 자유는 보장하나 전도는 못하게 돼 있다. 이 선교사는 “커피 무역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주고 이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이 지역 선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마랑(인도네시아)=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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