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만 칼럼] 타블로야, 일어나라 기사의 사진

“유망한 젊은이를 잡은 병적 에너지…세계 최고로 잡스러운 인터넷 언론 책임도”

“외국에서 타블로의 노래를 들으며 어려움을 이겨냈다. 그때 노트를 하나 샀고 거기에 어떤 글을 적어뒀다. 지금도 그 노트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성장기의 나를 구해준 노래다.”

타블로가 리더로 활동한 힙합 그룹 에픽하이(Epik High)의 노래에 쏟아진 반응 중 하나다. 타블로가 쓴 가사들은 자신의 그룹 이름처럼 시적 고양감으로 넘쳐난다. “창 밖에 반짝이는 수천 개의 투명 거미. 잠든 사이에 잿빛 거미줄을 치고”(낙화), “내 삶은 365일 비가 쏟아지는 밤”(런) 같은 서사성과 독특한 비유가 소낙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힙합과 거리가 먼 사람들도 타블로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 발랄하던 타블로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룹 멤버 미쓰라 진이 군 입대를 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예기획사와도 결별한 것을 보면 학력 위조 논란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기가 여간 힘들지 않은 모양이다. 그는 지난 5월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카이스트 강연에서 “학력 위조 논란으로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고 가족 가운데 직장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년 동안은 어항 속 물고기 같았다. 어항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언제 거꾸로 떠오를지 지켜보는 것 같았다.”

얼마 전에는 타블로의 7월 컴백 소식이 나돌기도 했지만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타블로는 컴백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일생일대의 큰 곤욕을 치른 한 젊은이가 재기하기에는 엄청난 에너지의 충전이 필요한 모양이다. 경찰이 지난해 10월 타블로의 스탠퍼드대 및 대학원 학위 취득 사실을 확인하고 타진요 회원 등 1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음에도 여전히 논란을 일삼는 부류가 널려 있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타블로의 학력을 증명한 스탠퍼드대 토비아스 울프 교수에 대해서도 안티들은 아직도 의심과 험담을 늘어놓고 있다. 울프가 누구인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레이몬드 카버, 안드레 두버스와 함께 20세기 후반 미국 단편소설의 중흥을 이끈 작가로 명성을 날린 사람이다. 타블로는 그 울프 교수로부터 ‘수재’라는 평가를 받았던 학생이다.

학력 논란을 빚을 당시 혹평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그가 쓴 영문 소설집 ‘Pieces of You’를 직접 번역 출판한 ‘당신의 조각들’은 그런 혹평을 넘어 타블로의 남다른 예술적 감수성을 보여준다. 그가 힙합의 왕자로 떠오른 데에는 그만한 감각이 있다는 것을 이 소설집은 보여준다.

일례로 단편 ‘쥐’의 여주인공 아만다는 싸구려 영화의 배역을 얻기 위해 뭇 감독을 전전하는데, 그녀가 죽어가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한 이십대라는 사실을 토로하는 장면은 아주 가볍게 터치하고 있음에도 짜릿하게 울린다. 그래서 감독에게 여성으로서의 수모를 당하면서 “내가 촬영하면서 다른 누군가로 숨쉬는 짧은 시간들이 진짜 나로 살아온 지난 이십 몇 년의 시간보다 나았다”고 외치는 장면은 이 소설의 지평이 가벼움에 뿌리내려 있지 않다는 것을 삽상하게 보여준다.

다양한 재능을 갖고 대중문화에서 하나의 아이콘이 돼 가던 젊은이를 잡은 우리 사회의 병적 에너지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먼저 우리 사회의 저속한 인터넷 언론을 지적하고 싶다. 주요 포털들은 미래 전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옐로 저널리즘에 빠져 있고, 신문사에서 운영하는 뉴스 사이트조차 여기 그대로 옮기기에 낯뜨거울 정도의 저질 문구를 질펀하게 늘어놓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의 뉴스 사이트들이 그렇게 저속한 내용으로 자기 얼굴을 먹칠하고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뉴스 사이트를 매일 접하다 보면 사회 구성원들의 양식은 마비되기 십상이다. 인터넷에 악플이 넘쳐나고, 타인의 삶에 집요하게 관심을 쏟으며 비난을 해대는 행악은 인터넷 언론이 제공하는 저질성과 큰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타블로는 그러나, 이런 환경을 극복하고 일어나야 한다. 솟아나는 힘은 망가뜨리는 힘보다 강하고 눈부시다. 그것을 보여줘야 한다.

수석 논설위원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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