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홍구] 태국 총선과 정국 전망 기사의 사진

지난 3일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잉락 친나왓이 이끄는 푸어타이당이 262석을 확보해 의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제2당인 민주당보다 무려 100여석을 앞선 것이다. 하지만 푸어타이당은 정권의 안정성을 보장받기 위해 몇 개 군소정당들과 연립내각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새 총리는 최초의 의회가 소집된 후 30일 내에 국회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의 추천과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국왕이 임명하게 된다.

이번 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은 푸어타이당 비례대표 1순위인 잉락 친나왓이다. 그는 태국 최초의 여성 총리 후보이자 탁신 전 총리의 막내 여동생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어 왔다. 태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어드밴스드 인포서비스(AIS) 사장과 부동산 개발업체 에스시애셋 대표를 맡았던 기업인 출신인 그는 탁신의 대리인격으로 총선에 출마했다. 탁신은 그를 일컬어 자신의 ‘클론(복제인간)’이라고 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새 총리는 탁신의 ‘클론’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잉락과 푸어타이당이 갈 길은 순탄치만은 않다. 앞으로의 정국 불안요인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첫째,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 한번 계층 간, 지역 간 갈등이 확인됐다. 푸어타이당은 계층적으로 도시 빈민과 농민층, 지역적으로는 동북부와 북부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반면 민주당은 방콕 중산층과 남부 지역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이 같은 선거 결과는 정국 불안요인으로 상존할 것이며 잉락 정부가 해결해야 할 제1의 과제가 될 것이다.

둘째, 또 다른 정국 불안요인은 군부와의 불편한 관계에서 비롯된다. 군부는 선거기간 내내 푸어타이당에 적대적 태도를 보였으며 군부 쿠데타설이 끊이지 않았다. 앞으로 정국 불안의 빌미만 주어지면 쿠데타는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쿠데타는 일어나지 않을 때까지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태국의 속설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이를 의식한 푸어타이당은 선거기간 중 군부에 대한 보복이 없을 것임을 수차 강조했지만 군부는 작년 5월사태 당시 진압 과정에서 100명 가까운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의 책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셋째, 선거 결과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 정국 불안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군부가 국내 치안작전사령부(ISOC)를 통해 선거 부정행위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현재 선관위에는 120건 이상의 선거법 위반 사례들이 접수돼 있다. 이런 사례들이 유죄로 판결될 경우 해당 선거구는 재선거를 치러야 할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푸어타이당 해산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정국 불안요인 그만큼 많아

마지막으로 탁신 전 총리의 귀국과 사면 문제는 극심한 정국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잉락은 선거기간 중 국민 화합을 위한 차원에서 탁신의 귀국과 사면 문제를 제기했지만 민주당은 부정부패 혐의로 2년형이 선고된 탁신 전 총리를 사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탁신이 복귀할 경우 보복을 우려하고 있는 군부의 반발이 심각하다.

앞으로 새로운 총리로 임명될 잉락이 여성 특유의 감성으로 군부와 정치적 반대세력들을 아우르면서 이러한 정국 불안요인들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선거 후 태국 정국을 이해하는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다.

김홍구 부산외대 태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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