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현인택 통일부 장관] “현 정부 임기내 남북대화 물 건너간 것 아니다” 기사의 사진

대담=김의구 정치부장

최근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경은 편치 않다. 북한은 우리 예비군과 전방부대 일부가 김일성·정일·정은 3대(代)를 모욕했다면서 보복을 공언하고 있다.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은 모든 계약이 파기될 위기에 놓여 관련 업체들이 한숨짓고 있으며, 남북 베이징 비공개 접촉이 폭로되면서 현 정권에서 남북대화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국민일보는 5일 현 정부 대북정책의 토대인 ‘비핵·개방 3000’ 입안자이자 2년 5개월째 대북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현 장관은 “현 정부의 남은 임기 1년 6∼7개월은 남북관계에서 굉장히 긴 기간”이라면서 “임기 내 남북대화가 물 건너간 것처럼 보는 시각이 있지만 이 기간이면 남북관계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상황 변화가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남북관계가 파탄 지경에 이르게 된 책임 소재는 명확히 해야 한다고 원칙론을 굽히지 않았다. 북측이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천안함·연평도 도발, 베이징 비공개 접촉 폭로 등 전대미문의 사건들을 일으켜 현 위기 상황이 초래됐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남북관계 정상화의 첫걸음이라는 얘기다. 또한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해서는 누구나 정확하게 사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모호하지 않게 분명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우리 전방부대의 구호 등을 문제 삼아 연일 대남 비난을 하고 있다. 실제 도발 가능성에 대한 정부 판단은.

“북한은 우리 대통령이나 정부의 주요 인물을 역적패당 등 원색적인 언어로 비난하고 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맹비난을 하면서 우리 예비군 일부 훈련장에서 사용된 (김일성 등 사진이 붙은) 표적지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이런 행태는 북측도 중지해야 마땅하다. 물론 체제의 차이라고 볼 수 있지만 올바른 남북관계를 위해서는 자제해야 한다. 도발 징후는 정보사항이라 답하기 어렵다. 다만 미사일이나 핵실험은 과거에도 있었고 국지적인 군사도발도 했었기 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남북 간 무력충돌 등이 발생했을 때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사실상 인질이 된다는 우려가 많다.

“개성공단은 5·24 조치 이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숫자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북측에서 근로자를 더 많이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개성공단이 완전히 안전한 지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는 그 문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으며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측 지역이다 보니 딜레마인 것은 사실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개성공단의 미래는 아주 어렵게 될 것이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이 100% 보장되지 않은 그런 식의 남북경협이 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남북관계 원칙을 제시한 것은 좋은데 결과적으로 대화가 사라졌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 정부는 대화의 문을 닫아본 적이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2009년 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도발 등 북측의 행동으로 2∼3년 동안 대화가 단절됐다. 북측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가지고 나오도록 하는 것, 대화를 통해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자는 게 우리의 일관된 원칙이다.”

-북측이 다음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다음 정부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나.

“우선 비핵화가 이뤄져야 평화가 가능하다. 그 토대 위에서 경제협력으로 상생 발전할 수 있다. 두 가지 핵심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도 살아남으려면 남한과 경제적 소통을 반드시 해야 한다. 개혁·개방을 하라는 얘기다. 중국도 개혁·개방으로 나서라고 북한에 공개 요구하고 있다. 즉, 비핵화와 고도로 심화된 경제협력을 통해서 남북이 상생하자는 거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우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과격한 행태를 보였다. 우리는 5·24 조치 등 대응을 해야만 했고 그 결과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이다. 다음 정부까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이런 원칙을 부인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정부가 마치 끝난 것처럼 보는 분들이 있는데 임기가 많이 남아있다. 3년 반 정도 지났을 뿐이다. 이 정도 기간이면 남북 사이에 여러 차례 변화가 올 수 있다.”

-식량지원 등 남측이 먼저 전향적으로 북측에 손을 내미는 것도 현 상황을 타개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는데.

“(대규모 식량 지원은) 아직 시기상조다. 이 문제는 서로 진지하게 다가가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살펴보면 어느 일방이 전향적으로 나선다고 해서 분위기가 반전되지는 않았다. 대규모 식량지원 같은 일종의 당근책도 고려해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인도적인 지원,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이미 진행 중이다. 일반 식량지원에 대해서는 상황을 좀더 지켜본 뒤 결정해야 할 부분이다.”

-베이징 비공개 접촉을 폭로한 것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했다는 주문이 있다. 돈 봉투 등 북측 주장이 마치 사실처럼 국민에게 비쳐질 우려도 있다.

“돈 봉투는 없었다. 실경비 지원 차원이든 뭐든 없었다. 정상회담을 애걸복걸하지도 않았다. 비공개 접촉은 내용이 무엇이든 지켜져야 한다. 모든 나라가 지키는 강력한 규범이다.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 국가와 얘기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북한이 그렇게 했다고 해서 우리도 똑같이 대처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 인권법이 남한의 보수 대북단체 지원법이라는 비판이 있다.

“우리 사회의 일종의 컨센서스를 폄하하는 것이다. 북한 인권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 올라있다. 정부가 이념 성향을 가지고, 혹은 정략적으로 접근한다고 보면 잘못된 시각이다. 북한 인권에 대해서 (시민단체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제적인 시각에서 보더라도 타당한 것이다. 6월 임시국회 회기에 어떻게든 통과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안 됐다. 장관을 2년 넘게 하면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앞으로 최우선 사항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통일 재원조달 방식에 관심이 높다.

“두 가지 방식으로 구상하고 있다. 먼저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하는 등 기금운용 방식이다. 다음으로 일부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다. 주안점은 세금의 경우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재원을 소득세에다 부과하면 서민에게 불리하다. 이런 방향성을 갖고 7월 중에 아주 구체적인 규모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고, 현재 막바지 조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북한주민 9명 귀순한 사실을 통일부 장관이 몰라 정부 내 정보공유 문제가 도마에 올랐는데.

“당시 실제로 알지 못했다. 당연히 통일부 장관이 알았어야 했다. 정보 공유와 관련한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잘못이 있었다. 지금은 수정이 이뤄졌고,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교정을 지시했다.”

-북한이 귀순자에 대한 자유의사 확인을 직접 하겠다고 요구하고 있다. 남북 간에 계속 말썽인데 근본적인 개선책은.

“정부로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미 국제적인 기준이 확립돼 있다. 인도주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그 기준에 따라서 자유의사를 확인해주겠다고 북측에 통보했다. 그러나 북한은 직접 눈으로 보고 심문을 하겠다는 것인데, 받아들일 수 없는 억지다.”

현인택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과외선생’으로 불렸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으로 현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의 뼈대를 세운 이론가다. 북한 전문이라기보다는 안보와 한·미 관계를 주로 연구해 왔으며, 북핵문제 진전과 남북관계 발전을 연계하고 국제 공조를 통한 북한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런 이론을 배경으로 북핵문제 상황 진전에 따라 경제적 지원을 해 북한 주민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에 이르게 한다는 현 정부 대북 구상 ‘비핵·개방 3000’을 입안했다. 이 대통령의 지속적인 구애로 2006년 12월부터 이명박 대선 캠프에 발을 담갔고,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통일안보 분과 위원을 거쳐 2009년 2월부터 통일부 수장을 맡고 있다.

정리=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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