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하고 공포에 질린 얼굴로 피고석에 서 있던 케이시 앤서니(25)는 법원 서기가 “무죄”라고 말하자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미국민들은 평결이 잘못됐다면서 분개했다.

◇확실한 물증 부족=사건은 앤서니의 두 살 배기 딸 케일리가 실종됐던 2008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앤서니는 19살때 낳은 어린 딸이 사라졌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한 달 뒤 친정어머니가 실종신고를 하면서 경찰수사가 시작됐다. 그해 12월 딸의 시신이 발견됐고, 부검 결과 코와 입을 막은 강력 테이프 때문에 질식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앤서니는 딸이 실종된 뒤에도 남자친구와 파티에 빠져 지내는 등 전형적인 ‘파티 걸’의 삶을 살았다. 딸이 죽었는데도 ‘아름다운 삶’이란 문구를 문신으로 새기기도 했다. 검찰은 이런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미혼모인 케이시가 자신의 자유로운 삶을 방해하는 딸을 살해했다고 판단, 1급살인과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물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맞받아쳤다. 입을 막은 테이프에는 지문,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 결국 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 오렌지카운티 법원에서 12명의 배심원들은 물적 증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무죄라고 결론 냈다. 대신 앤서니의 일부 증언이 허위였다고 인정했다. 살인죄의 벌은 최대 사형이지만 위증은 최대 1년형에 불과하다. 로손 라마르 검사는 “시신이 죽은 지 6개월 뒤 발견된 탓에 증거 대부분이 사라지거나 쓸모없어졌다”며 억울해했다.

위증에 대한 판사의 형량 판결은 7일 선고된다. CNN방송은 ‘일사부재리의 원칙’ 때문에 새로운 용의자나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당국이 다시 이 사건을 다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비등한 여론재판=이 사건은 젊은 여성 피의자와 그의 방탕한 삶, 숨진 아이에 대한 동정과 가족 가치 붕괴에 대한 우려가 겹쳐지면서 미국의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이날 트위터 인기 주제 10개 중 9개가 이 사건과 관련됐을 정도다. 특히 여러 정황 증거 탓에 평결 전부터 앤서니는 사실상 죄인 취급을 받아 왔다. 때문에 무죄 소식이 알려진 직후 평결이 잘못됐다는 주장이 페이스북과 뉴스 댓글 등에 넘쳐났다. 검사출신 인기 방송인 낸시 그레이스는 “변호사들은 축배를 들겠지만 오늘밤 어디에선가 악마가 춤추고 있을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이 실종됐고, 미디어가 자극적으로 접근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퍼듀대학의 사회학자 잭 스팬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디어의 광분이 표출됐고, 평결 전부터 사람들이 유죄라고 인지했다는 점에서 과거 O J 심슨 사건과 비슷한 사회적 공분 현상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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