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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신종수] 高大교우회와 海兵전우회

[데스크시각-신종수] 高大교우회와 海兵전우회 기사의 사진

고려대를 나와 해병대를 갔다 온 선배가 있다. 고향이 호남인 그는 “나보다 인간관계 좋은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라고 말한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최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불쑥 “내가 못난 고대를 나와서 문제가 되는 것이냐”고 한마디 했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한 반박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어 회장은 고대 총장 출신이다. 고대 경영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고대 경영대학 교수로 임용된 뒤 무역학과 학과장, 경영대학 교학부장, 교무처장, 경영대학원 원장 등 모든 요직을 두루 거친 골수 고대맨이다. 그런 그가 ‘못난 고대’라고 했다. 물론 반어법일 것이다. 그가 “내가 실력으로 부족한 게 뭐가 있느냐”고 말했듯이 능력과 전문성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고대를 나왔기 때문에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것이라는 억울함과 원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고대 인맥들이 요직에 포진한 것이 순전히 실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고대 출신이기도 하지만 고대는 같은 동문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는 문화가 강하다. 이 대통령이 만일 고대가 아닌 다른 대학 출신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특정 대학 출신들이 대거 기용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어 회장이 능력과 전문성을 갖췄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 못지않은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인물이 많을 텐데 굳이 그가 선임된 데는 학연이 작용했을 것이란 것이 일반 국민들의 생각이다.

고대 못지않은 결속력을 자랑하는 조직이 해병전우회다. 고된 훈련과 소수 정예라는 자부심을 공유하는 그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잘 뭉친다. 무엇보다 결속력과 위계질서의 상징인 ‘기수’에 꼼짝을 못한다.

이번 해병대 총기사건도 ‘기수열외’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기수열외라는 말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졌지만 사실 백과사전에도 나올 정도로 고질적인 병폐다. 한 백과사전에는 이렇게 설명돼 있다. ‘한국의 해병대에서 행해지는 특유의 집단 따돌림으로 기수를 기준으로 위계질서를 세우는 해병대에서 특정인을 이런 위계로부터 제외한다. 부대원들 사이에서 후임자들이 선임 대우도, 선임자들이 후임 대우도 안 해주는 것으로 부대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뒤떨어지거나 부대원들의 눈 밖에 난 특정 사병을 몇몇 상급자의 주도하에 하급자까지 동참해 집단 ‘왕따’시키고 무시하는 행태를 말한다. 기수열외된 병사는 ‘고문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호남향우회도 고대교우회, 해병전우회와 함께 결속력이 강한 조직으로 꼽힌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에 호남편중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과거 정치, 경제적으로 소외됐던 시절에 생존 및 방어수단으로 호남향우회가 생겼다고는 하나 정권을 잡은 뒤에도 결속력을 과시하는 바람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대학이나 군대, 고향이 같다는 동질감으로 모임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폐쇄적이고 집단이기주의적인 성향을 띠면서 자기들끼리의 기득권과 이익을 추구하면 파벌이나 패거리가 된다. 특히 힘센 사람들끼리 뭉치면 마피아란 소리를 듣는다. 고대 마피아란 말도 유수 대학 출신들이 몰려다닌 데서 나온 말이다.

패거리 문화는 능력을 가진 다른 사람들을 도태시키고 정실인사 등으로 조직 전체의 합리성과 능률을 갉아먹는 반사회적 문화라는 점에서 힘없는 사람들이 힘을 합하는 연합이나 연대와는 성격이 다르다. 홍대의 청소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 집단행동을 하는 것과 검사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집단 반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모임을 만들되 패거리 문화에서 벗어나는 길은 다른 사람들이나 조직을 용납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배타성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이나 조직을 인정하면, 그들 역시 다른 사람들로부터 용납을 받을 것이다.



신종수 산업부장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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