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경동교회 이국한 집사 “5년 전 배수로 공사 전엔 온 가족 밤새 물 퍼내기도…”

경동교회 이국한 집사 “5년 전 배수로 공사 전엔 온 가족 밤새 물 퍼내기도…” 기사의 사진

장마철이 아니라 ‘우기’라 부를 만큼 연일 장대비다. 여기에 게릴라성 폭우까지 쏟아질 때면 머릿속에 집과 가족 걱정이 스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크리스천 중에 “우리 교회는 무사한가?” 떠올리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있다는 의미일 거다. 요즘 특히 동분서주할 교회 관리집사들, 그중에서도 오래된 건물을 20여년간 돌봐 온 두 집사를 만나 보았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는 영성을 이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기 좀 보세요.”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박종화 목사) 이국한(59·사진) 집사는 벽돌 건물 위쪽을 가리켰다. 빗물을 잔뜩 머금은 벽돌 위로 담쟁이 넝쿨이 생명의 기운을 떨치며 기어가고 있다. 가리키는 것은 그 틈에 무성하게 솟은 잡풀이다. “실은 저게 나중에 아름드리도 될 수 있는 나무예요. 건물 벽에 뿌리를 내려 구멍을 내지요.” 이 집사는 내내 고개를 뒤로 완전히 젖힌 자세다. 비가 올 때면 늘 그래야 한다. 예배당에 들어서자 성가대석 여기저기에 양동이가 놓여 있다. 외관과 달리 시멘트 느낌 그대로인 내벽을 따라 빗물이 몇 줄기 흐른다. “어, 저기도 떨어지네.” 이 집사는 유리병을 가져와 받쳤다.

행여 교회 이미지가 나빠질까봐선지 “낡아서 비가 새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누차 강조한다. 교회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 이 건물에 대한 사랑이 서로 상통하는 것은 교인들이나 이 집사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관리집사 입장에선 “좋지 않은” 건물인 것도 사실이다.

벽돌 사이마다 방수처리를 해도 누수를 완전히 잡을 수 없다. 특히 요즘처럼 비가 이어지면 벽돌들이 머금은 물을 한꺼번에 쏟아내 어디서 샐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변전실 등 이 집사만이 드나드는 지하 공간들에는 빗물을 막아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나마 4∼5년 전 배수로 공사를 한 뒤로 예배당 아래층 식당(친교실)에서 물 퍼내는 일은 없어졌다. 이제는 성인이 된 남매까지 네 식구가 10년 넘게 비 올 때마다 밤새 물을 퍼내던 것도 지나간 추억이다.

그 밖에도 폭설이 내린 주일 새벽, 끝도 없이 낙엽이 쌓이는 가을날을 지나다 보니 20여년이 지났다. “교인들이 제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게 일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하지만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다. “누구든지 저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그 진면목이 드러나죠. 겸손이란 참 어려운 덕목이더라고요.” 그럼에도 그는 ‘허물을 덮는 자’ ‘가장 낮은 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려 애쓴다. “그래야 모두 편하니까요. 어차피 하나님과의 관계가 중요하잖아요. 하나님은 제 일을 칭찬하고 축복하신다고 믿어요.”

황세원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