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보따리 낚아채기 기사의 사진

“역시 정치인은 정치인이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11일 민주당이 잽싸게 평창알펜시아리조트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하긴 강원도 최문순 도지사가 민주당 소속이다. 거기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키로 된 데 대해 감회가 예사로울 수 없다. 그것도 3번의 도전 끝에 따낸 개최권 아닌가. 정치인, 정당으로서는 ‘벌임직한 퍼포먼스’였다고 말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 “(조직위에서) 강원도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할 것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청한다.” “올림픽은 국가 단위가 아니라 개최도시별로 준비해야 한다”며 “준비를 맡은 강원도와 민주당의 책무가 가볍지 않다”는 말도 했다. ‘이제부터 준비는 우리가 할 테니 이 대통령은 손을 떼라’는 말로 들린다.

평창 동계올림픽 민주당 몫?

더반에서 이 대통령과 유치위원들이 서로 얼싸안고 기뻐한 게 불과 사나흘 전인데 벌써부터 몫 계산을 하자는 투다. 강원도 몫이니 강원도에 주도권을 넘기란다. 그 몫은 알면서 조양호 유치위원장을 비롯한 수많은 공로자들의 몫은 아예 잊어버렸다는 투다. 김진선 특임대사는? 김연아 선수는? 나승연 대변인은? 토비 도슨은? 이건희·문대성 IOC위원은?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지면 때문에 소개를 못하는 숱한 관계자들과 국민들은? 빙상경기가 열리는 강릉의 시장은 한나라당 소속인데 그 몫은 따로 떼어줄 생각일까?

아무리 정치적 레토릭이라도 때와 장소를 가릴 필요가 있다. 너무 약삭빠르면 얄미워보인다. 물론 누구나 수저를 올릴 수 있는 전 국민의 잔칫상이다. 손 대표와 민주당이 남 먼저 올린다고 해서 나무랄 필요는 없다. 문제는 내 수저만 올려야 한다거나 내가 수저 놓을 사람을 정해야 한다는 의식이다.

아니나 다를까 ‘남북공동개최’란 말도 어김없이 나왔다. 손 대표는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어서 한반도가 동북아 평화에 직접 기여하는 계기가 되도록 만들자”면서 “강원도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남북 공동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심각하고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개최준비의 전권을 장악한 인상이다.

공동개최 제의할 때 하더라도

남북이 같이 올림픽을 열 수 있다면 반대할 까닭이 없다. 그런다고 손 대표가 말한 ‘분단사의 전기, 세계평화의 전환점’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몇 걸음 진전은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희미한 가능성에도 희망을 걸어야 하는 게 우리의 처지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겁은 난다. 또 무슨 조건을 달고 어떤 트집을 잡을까 해서….

어머니라도 좋고 아버지라도 좋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한보따리 입을 것 먹을 것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목을 길게 늘이고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자식들 혹은 가족들이 덤벼들어 보따리를 풀어헤쳐 놓고 제 것 챙기기 경쟁을 하는 것은 그래도 흐뭇한 광경일 수 있다. 답삭 보따리를 낚아채면서 한다는 말이 “가만 좀 있어, 우선 아랫집 몫 떼어 놓고…”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줄 때 주더라도 그러는 것은 가족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우리 각자는 민족 공동체 속에서 민족의 일원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산다.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가능하면 국가 범위와 민족공동체 범위가 일치되도록 하자는 염원은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희망일 뿐이다.

무력 대치상황 속에서 때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국민 모두가 잘 안다. 우리의 평화에 대한 소망이 어떻게 짓밟혀 왔는지를 같이 뼈아프게 경험해 왔다. 그러므로 ‘공동개최’를 말하고 싶더라도 숨 돌릴 틈 정도는 줘야 옳다. 손 대표도 국가경영의 포부를 지닌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큰 꿈을 가진 사람은 시세에 너무 민감히 반응하는 게 아니다. 성급하면 판단을 그르치기 쉽다. 기다릴 줄 아는 것도 리더십의 한 덕목이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동계올림픽 준비에 정당이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당은 지원만 할 일이다. 올림픽까지 정치색으로 오염시켜 놓을까봐 정말이지 걱정스럽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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