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가리왕산의 계곡은 푸르렀다 기사의 사진

몇 년 전 가리왕산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꽤 높았습니다. 1000m를 훌쩍 넘기는 산이었기에 오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숲이 울창하고 흐르는 경관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지요.

사람이 많지 않고 원시림의 기운도 느낄 수 있어 제 기억 속에 잊지 못할 산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가리왕산이 신문에 나타났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가리왕산이 연결될 줄은 몰랐습니다. 가리왕산은 정선에 있기도 하고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라고 해서 웬만한 준비는 다 끝난 줄 알았지요. 막연히 선수촌 짓고 도로 손질하고 프레스센터 등을 지으면 되지 않나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가리왕산에 활강 슬로프를 지을 계획이라는 기사가 나온 겁니다. 아니, 왜 가리왕산에! 활강 슬로프가 없었던 것인가요. 그럼 활강 슬로프도 없이 올림픽을 유치한 것인가요. 저는 자신의 무지를 탓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들은 다 알고 있었는데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그러나 이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평창까지 고속철을 놓는다고 합니다. 좋은 일이지요. 그런데 올림픽이 끝나면 이 고속철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게 될까요. 한 번의 행사를 위해 경제성이 의심스러운 고속철을 놓는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군요. 투자를 해도 이보다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면 넘어갈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가리왕산 계곡은 다릅니다. 가리왕산 계곡은 한번 파괴되면 다시는 회복될 수 없겠지요. 파괴된다면 제가 그 산에서 누렸던 행복은 다시 느낄 수 없겠지요. 그 행복은 경제적으로 얼마나 될까요? 돈으로 환산되는 것인지요? 앞으로 수백 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산을 오를 텐데 누가 무슨 권리로 그 사람들의 행복을 앗을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평창 올림픽은 친환경을 표방하지 않았습니까.

올림픽유치위원회 측은 중요한 식물자원을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식물을 옮겨 심어서 해결되는 문제라면 설악산이나 북한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계곡을 통째로 들어내서 슬로프를 만드는 것에 비해서 환경파괴는 미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환경보호라는 것이 식물자원 보존에 있는 것이라면 아프리카의 동물들을 잡아서 동물원에 가두고 사파리 지역을 없애도 괜찮다는 논리가 성립하겠지요.

환경이란 낱낱의 종을 보존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태계 전체의 문제입니다. 가리왕산으로 인해 저는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푸른 가리왕산의 계곡을 없앨 정도로 올림픽이 중요한지 의심이 드는군요. 국가의 경사가 제 기쁨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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