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종근]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기사의 사진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등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각 당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공방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입장차도 갈수록 커져 자칫 국민적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본래 포퓰리즘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정파에 상관없이 일반 대중을 대변하려는 정치 소통을 의미했으나, 지금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정치권의 인기영합적인 행태, 즉 표(票)퓰리즘의 성격이 강하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이 빚어낸 부작용의 대표적인 사례는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각종 개발공약 이행으로 부채 125조원, 하루 이자만 100억원이 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꼽을 수 있다. 전 정부때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과 세종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과도한 개발사업을 벌인 결과,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결국 LH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정파 넘어 국민 갈등 초래

고령자 무임승차로 인한 서울지하철 재정적자도 마찬가지다. 65세 이상 고령자라는 이유만으로 경제력에 상관없이 무조건 무임승차 대상으로 한 탓에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올해 예상 적자만 5000억원이 넘는다. 설상가상으로 노령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 규모도 계속해서 불어나 급기야 서울시가 손실액에 대해 국비보전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도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무상급식 정책의 폐해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초 올해 교육환경개선사업 예산으로 1207억원을 책정하여 524개 학교의 낡은 화장실, 전기·소방 시설 등을 개선할 계획이었으나 무상급식으로 260억원을 삭감했다. 이로 인해 32개교의 보수공사가 취소되었으며, 492개교는 공사비가 절반으로 줄었다. 넉넉한 가정의 자녀들까지 일률적인 무상급식을 위해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가 희생되는 것이다.

반값 등록금 정책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학 진학의 가장 큰 이유는 전문화된 고등교육을 통해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졸업 후에는 당연히 인적자본의 가치가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20∼30%에 불과한 선진국의 대학 진학률과 달리 우리는 80%를 넘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고등 교육자가 넘쳐나 졸업 후 취업조차 힘든 상황이다. 또한 대학 등록금이 차별화된 것도 아니어서 명문이든 정원도 못 채우는 대학이든 등록금은 동일한 수준이다. 이런 현실에서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 반값 등록금이 실시된다면 대학 진학률은 더 올라가 부실 대학을 연명시키는 낭비적인 투자에 세금을 쏟아 붓게 될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복지정책의 연간 재정 소요액은 41조원에서 60조원에 이른다. 이는 올 예산의 5분의 1에 달해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에 집행되기에는 너무 큰 규모다. 정치권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의 한계와 부작용을 깨닫고 장기적인 재정계획과 우선순위를 고려한 정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 한정된 재정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방만한 복지, 국가부도 초래

혹자는 “세금 좀 더 걷어서 모두에게 다 나눠주면 되지 않냐?”라고 말하지만, 세수 증대를 위한 현실적인 수단과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뒤따르지 못하면 허구에 그치게 마련이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복지정책의 본래 취지를 살려 사회구성원 모두가 복지정책의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사람들이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구체적인 재정확보 방안도 없는 각종 복지정책이 쏟아져 나오는 작금의 현실에서, 이익집단의 지지를 얻기 위한 방만한 복지정책으로 결국은 국가부도 사태를 맞이한 그리스를 떠올리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이종근 국민대 수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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