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회종 칼럼] 권력이란 기사의 사진

어렸을 때 역사소설에서 사약을 받은 사람이 임금님이 계신 북쪽을 향하여 네 번 절하는(북향사배) 대목을 읽으면서 그 시대 사람들은 충성심이 참 대단했구나 생각했다. 좀 커서야 북향사배가 충성심과는 별개로 절대 권력에 대한 절대 복종의 표현이라는 걸 깨달았다. 거기엔, 나는 비록 죽지만 임금의 절대 권력은 당대뿐 아니라 대를 이어 계속될 것이므로 내 가족이라도 그 권력으로부터 해를 입지 않게 해달라는 절박한 뜻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권력이란 이처럼 생사여탈(生死與奪)까지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가리킨다. 물론 거기에는 합법적이어야 한다든가, 민주적이어야 한다든가,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든가 등의 여러 수식어가 붙지만 모든 권력의 본질은 지배와 복종이라는 데 큰 차이가 없다.

믿을 사람 찾는 건 인지상정

새 법무장관에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새 검찰총장에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이 내정된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야당들은 물론 여당 내 일부 소장파들까지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후반과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TK, 고려대 출신의 대통령 측근들에게 권력기관을 맡기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세칭 권력기관이라는 국정원,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등 물리적 공권력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곳의 수장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TK이거나 고대 출신이다.

기자는 그러한 인사가 썩 잘 된 것이라고 생각진 않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는 하는 편이다. 국가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힘 즉 권력이 필요하고, 그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권력 기관의 뒷받침이 있어야 함은 불문가지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권력누수가 우려되는 임기 말에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때에 대통령이 생소한 사람에게 그 책임을 맡길 순 없는 일이고 뜻을 같이 하면서 믿을 만한 사람을 찾는 건 인지상정이라는 게 이해의 바탕이다. 이 대통령이 “스타일리스트가 아니라 이 정부에서 마지막까지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바로 그런 뜻일 터이다.

이처럼 이번 인사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다만 그것이 레임덕을 막을 수 있는 필요충분의 안전장치일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이 권력기관의 수장들에 자기 사람들을 앉히지 않아서 자신들이 만든 당에서 쫓겨나듯 탈당하고, 많은 국민의 박수 대신 빈축 속에 청와대를 떠났던가. 임기 말에 터진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 사회적 갈등 등으로 민심과 함께 권력도 정권을 떠나버린 것이다.

권력이 제 기능을 하느냐는 이처럼 권력기관의 장악보다는 민심 장악 여부가 더 큰 관건이다. 권력기관 장악은 그 보조수단일 뿐이다. 민심이 그 권력을 떠나지 않으면,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레임덕은 없을 것이다. 비근한 예로 작년 말 퇴임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과는 대조적으로 퇴임 때 90% 안팎이라는 경이적 국민 지지율을 보였었다. 룰라의 그러한 인기가 지우마 호세프를 후임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후임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의 모든 정책들을 계승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왕조 시대가 아님에도 국민의 신임으로 권력이 대를 잇게 된다면 임기 말이라고 해도 권력누수는 없을 것이다.

권력기관은 보조수단일 뿐

임기 절반만 넘기면 여당 내에서부터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면 현직 대통령을 밟는 일부터 시작하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친이계가 침몰하고 친박계가 당을 접수했다는 세간의 분석, 홍준표 신임 대표가 연일 박근혜 대세론을 외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나라를 위해서나 그 자신을 위해서나 이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나라의 장래에 너무나 중요한 시기이다. 그가 끝까지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직시할 눈과 국민의 목소리를 바로 들을 수 있는 귀가 필요하다. 여당의 총선과 대선 후보만이라도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계승하겠다고 공약할 정도로 그가 민심을 얻었으면 좋겠다.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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