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알베르빌을 기억하시나요? 기사의 사진

그레노블, 삿포로, 사라예보, 알베르빌, 토리노. 모두 도시 이름입니다.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스포츠 전문가라면 쉽게 동계올림픽 개최도시라고 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와 같은 보통 사람에게는 매우 힘든 문제일 겁니다. 이름도 낯선 그레노블은 프랑스에 있으며 1968년 개최지군요. 알베르빌도 프랑스인데 1992년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생각이 나는군요. 이 대회에서 한국은 최초로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땄습니다. 아마도 쇼트트랙이었겠지요.

하지만 삿포로, 사라예보는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다고 해서 전 세계에 알려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평창동계올림픽<경기장 조감도 사진> 유치로 한국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다른 개최지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외국인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여기기 때문입니다. 동계올림픽은 북반구에 한정되어있고 기간도 짧기 때문에 하계올림픽에 비해 홍보효과가 떨어지겠지요.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까요?

동계올림픽의 경제적 측면에 관해서는 이미 좋은 칼럼이 나와 있습니다. 정희준 교수가 ‘올림픽의 저주, 과연 평창은 피해 갈까?’라는 글에서 경제적으로 위험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공감이 되었습니다. 읽고 나면 반납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면 정 교수는 ‘짠돌이 살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과장해서 말하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겠으니 한다면 기자나 선수를 위해서는 컨테이너 박스를 준비하면 되고 경기장이나 미디어센터는 가건물로 지으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이미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 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동계올림픽이 경제적으로 남는 장사가 될 수 없으니 최소한의 비용으로 치러야 한다는 겁니다.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국가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이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감스럽게도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제가 동계올림픽 개최 도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국가 이미지 고양에 그렇게 효과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도시를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 국가를 기억하기는 더 어렵겠지요. 대한민국이 아니라 평창을 알리는 데 너무 큰 돈을 쓰는 것이 아닐까요.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가 전 세계에서 약 7조원의 흥행수익을 올렸고 영국의 촬영지들은 팬들의 필수 관광지가 되었다고 하는군요. 21세기에 어디에 투자하고 힘을 쏟아야 돈이 생기고 이름을 알릴 수 있는지 짐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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