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판석] 스위스에서 배우는 지혜 기사의 사진

“작은 나라가 살아가는 길은 협력과 신뢰… 정권따라 정책 단절되는 우를 범해선 안돼”

필자는 얼마 전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발표되던 순간 스위스 로잔의 올림픽박물관에서 학회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스위스 지인들이 개최지 확정 소식을 알려주어 축배를 든 적이 있다. 스위스는 작지만 부강한 나라다. 스위스의 영토는 남한의 절반 정도지만 인구는 우리나라의 16%에 해당하는 780만명 수준이다.

그 가운데 독일계가 제일 많고 다음이 프랑스계, 이탈리아계, 로망슈계 등이며 공용어도 4개다. 스위스 영토의 절반 이상이 알프스 산악지대이고 호수도 많다. 이런 지형임에도 스위스는 삶의 질이 높고 부유한 국가다.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한 국민소득은 우리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러나 처음부터 스위스가 부유했던 것은 아니다. 스위스는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대여서 산양 젖과 호밀 빵으로 연명하며 궁핍하게 살던 때가 있었고, 겨울철에 먹을 것이 없어 치즈를 녹여 감자로 찍어먹던 것이 스위스 치즈 퐁듀의 원조다. 그리고 스위스의 젊은이들은 한때 외화벌이를 위해 프랑스를 비롯한 이웃 국가들에 용병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때 그 용병들이 고향을 그리며 부르던 노래가 있는데, 그 곡조는 우리의 아리랑처럼 애절하고 가슴 저리다. 그러던 나라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개방하면서 정밀기계와 관광산업 등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부유한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는 스위스로부터 참고할 것이 많다.

첫째, 스위스는 중립국의 위치를 확보하면서 많은 국제기구를 유치했다. 제네바에는 뉴욕 다음으로 유엔 관련 국제기구가 많다. 제네바뿐만 아니라 다른 이웃 도시에도 많은 국제기구가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로잔에 있고, 세계경제포럼은 다보스에서 열린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앞으로 유엔 관련 국제기구나 세계적 이벤트들을 서울이나 인천 혹은 세종시 등에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아시아에는 방콕이나 마닐라 등에 국제기구가 많은데, 이제는 한국이 새로운 전략을 개발해 국제기구들을 적극 유치할 때다. 주변국(중국 일본 러시아)이 강대해질수록 우리는 국제적 플레이어로서 역할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의 산악지대를 새로운 산업자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는 산악지대를 제일 잘 활용한 나라다. 스위스 알프스의 산봉우리 중 100여개가 4000m 내외인데 그 가운데 상당수 산에 기차 노선을 설치해 수많은 관광객이 열차를 타고 산악지대를 여행한다.

산악지대에 철로를 까는 것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존 평행철로 중앙에 톱니바퀴형 철선을 추가해 3선으로 된 철로를 깔면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기차는 얼마든 올라갈 수 있다. 이를 환경친화적으로 개발하고 관리하면서 올레길도 더불어 개발하면 기차 노선을 친환경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시민과 관광객들도 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셋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동계스포츠의 아시아 요람이 되어야 한다. 동계올림픽은 1924년 프랑스의 샤모니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스위스는 생모리츠에서 1928년과 1948년 두 번이나 유치했다. 우리나라는 1988년 하계올림픽 개최에 이어 동계올림픽까지 열게 됐으므로 평창이 지속가능한 아시아 최고의 동계스포츠 요람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며 이를 계기로 우리 산업 전반을 재도약시키고 국제 규범을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끝으로 연합과 상호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는 스위스의 정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의 대통령은 연방각료 중에서 매년 윤번제로 의회에서 선출되며 장관은 사민당 자민당 국민당 기민당 등 정당들이 연합해 함께 맡고 있다. 우리도 정당 간 상호 차이를 부정하지 않고 차이를 수용하고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국가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상호 협력하는 방향으로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여야가 지나치게 대립하기보다는 서로 협력하고 존중하면서 안정된 정치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 정권이 끝나기 무섭게 전 정권의 정책을 부정하거나 단절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판석(연세대 언더우드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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