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박근혜 달성 출마? 설마 기사의 사진

국민일보의 특종으로 학계와 정·관계의 풍토를 완전히 바꿔놓은 게 학자들의 논문표절 악습이다. 장관, 청와대 수석, 대학총장이나 그 후보 등 허다한 인사들이 국민일보의 논문 표절 검증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그 후로 표절 의혹이 있는 학자들은 요직을 제안 받아도 미리 사양할 정도로 풍토가 쇄신됐다.

기자는 1992년 7월 이 난에 썼던 주제와 비슷한 글을 다시 써야 할 것 같아 ‘자기 표절’이 되지 않을까 켕긴다. 그해 12월의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박찬종씨 등이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던 때였다. 기자는 이 난에서 모두 현직 국회의원이었던 그들을 향해 ‘금배지는 떼라’는 제목의 글을 썼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내년 4월 총선에 자신의 지역구인 달성에서 다시 출마할 뜻을 비쳐 19년 전에 쓴 글을 상당부분 재탕해야 할 것 같다.

불출마가 최상책이다

기자의 생각을 결론부터 말하면, 박 전 대표는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것이 제1안이고, 출마한다면 전국구를 택하는 것이 제2안이다. 박 전 대표가 결국은 지역구 출마는 하지 않고 제1, 2안 중 택일할 것으로 본다. 그는 지금 차기 대통령 후보군 중 지지율 1위이며, 여당 내에서는 대항마가 없는 상황이다. 물론 정치라는 게 살아 있는 생물이어서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알 수 없는 일이긴 하나, 설령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그가 대통령 도전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선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치러지는 총선 출마는 그의 대권가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선 대선에 자신이 없는 것으로 비친다. 최후의 안전판으로 의원직이라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의원직을 던짐으로써 자신감을 과시하면서 배수의 진을 쳤다는 각오를 보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대선에 올인하지 않고 강경장 논산장 다 보겠다는 것은 일국의 최고 지도자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으나 지역구 의원에 당선됐다가 대통령에도 당선될 경우 국고를 들여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달성을 지키겠다는 선거구민들과의 약속을 상기시켰으나, 대통령이 되기 위해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사람의 소매를 붙잡을 지역구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역구에서 출마하면 전국적인 총선 지원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가 지역구에 매달리지 않는다고 해서 국회의원에 낙선할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가 전국적인 총선 지원에 나섰다가 한나라당이 패배하면 그에게 책임이 돌아오고 흠집이 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의 패배가 그의 책임일 수는 없으며, 오히려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경우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총선 후보 지원이 대선 후보 경선에서 득표에 도움이 되면 됐지 감표 요인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박 전 대표가 다음 총선에도 달성에서 출마하겠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것은 지금으로서는 그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으리라고 이해한다. 총선이 9개월이나 남은 시점에 지역구를 떠나겠다고 하면 주민들과 소원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또 달성이 무주공산이 돼 총선 대기자들 간의 대립이 심화되는 부작용, 지지율만 믿고 너무 자만한다는 비난 우려 등이 작용했을 터이다. 무엇보다도 총선과 관련하여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따라서 총선이 임박하면, 그때 상황을 판단하여 불출마나 전국구를 택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기자의 짐작이다.

이러한 기자의 생각은 박 전 대표뿐 아니라 대통령이 꼭 되겠다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대통령 선거에 올인하겠다는 각오와 자신감이 없어 의원직에 미련을 못 버리겠다면 아예 큰 꿈은 접는 게 옳다. 물론 노태우 후보처럼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야 의원직을 사퇴한 사람도 있긴 하다. 법적으로야 현직 국회의원 신분으로 대선에 출마할 수 있으며, 당선이 돼도 취임하기 전까지는 의원직을 보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그게 뭔가 구차해 보인다.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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