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장지영] 남북 합동오케스트라 될까 기사의 사진

올 여름 국내 공연계 최대 화제를 꼽으라면 단연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DO)의 내한 공연이다.

27년 만에 내한하는 바렌보임은 8월 10∼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WEDO와 함께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하이라이트는 바렌보임과 WEDO가 광복절인 8월 15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2만5000여명 수용)에서 여는 대규모 평화콘서트다. 평화콘서트에선 인류애를 담은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9번 ‘합창’이 연주될 예정이며, 소프라노 조수미 등 성악가들도 입을 맞춘다.

바렌보임과 WEDO의 임진각 공연은 여러 모로 의미가 깊다. 바로 WEDO가 세계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는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의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이다. WEDO는 1999년 괴테 탄생 250주년을 맞은 독일 바이마르시가 바렌보임과 문명학자인 고(故) 에드워드 사이드에게 18∼25세의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 젊은이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만들자고 제안한 데서 비롯됐다. WEDO의 이름인 ‘웨스트-이스턴 디반(서동시집)’은 문명 간 화합을 호소한 괴테의 동명 시집에서 따온 것.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인 사이드는 “음악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펼친다”는 WEDO의 설립 취지에 공감했다. 그리고 첫 오케스트라 단원 공모에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젊은 연주자들 200여명이 몰렸으며, 스페인 안달루시아주는 오케스트라의 후원을 자청했다. 바렌보임과 WEDO는 이후 팔레스타인의 라말라 등 지구촌의 여러 분쟁 지역에서 공연을 펼쳐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바렌보임은 임진각 공연을 앞두고 한국 언론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음악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어요. 만약 당신이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인데, 옆 자리에 북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하루에 몇 시간씩 악보를 함께 보고 연주한다면 당신은 그를, 그는 당신을 이전과 다르게 볼 겁니다. 그게 음악이에요. 지금은 어렵겠지만 언젠가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지고, 내가 그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그런데, 바렌보임이 먼 훗날로 예상한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가 예상보다 빨리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샤를 뒤투아가 한국의 린덴바움 뮤직 페스티벌과 함께 남북한 젊은 연주자들이 참가하는 오케스트라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매년 여름 서울에서 개최되는 린덴바움 뮤직 페스티벌 음악감독인 뒤투아는 한국에선 린덴바움 뮤직 페스티벌이 선발한 젊은 연주자들, 북한에선 평양음대 학생들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할 계획이다. 그리고 8월 15일 평양에서 공연을 가진 뒤 올해 안에 서울에서도 관객과 만난다는 구상이다.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와 관련해 북한은 이미 ‘OK’ 사인을 냈다. 뒤투아가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 문화성이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동안 사전준비를 해온 한국의 린덴바움 뮤직 페스티벌도 8월 초 통일부에 사업 승인 신청을 낼 예정이다.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는 원래 2년 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해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사건 등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워낙 악화되다 보니 보류된 상태였다. 그러다가 올 들어 뒤투아와 린덴바움 뮤직 페스티벌이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지난 22∼2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뤄진 남북한 회동 이후 남북 사이에 훈풍이 불고 있어 통일부의 승인 여부가 주목된다.

AP통신 등 외신도 최근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의 가능성에 대한 기사를 비중 있게 내보냈으며 뒤투아의 조국인 스위스는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의 후원을 자청하며 제네바에서 공연해줄 것을 요청했다. 부러워만 했던 WEDO의 공연보다 한층 의미 있는 남북한 합동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다.

장지영 체육부 차장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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