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레전드는 향수가 아니라 역사다 기사의 사진

지난주의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화려했습니다. 현역 선수들의 올스타전과 함께 은퇴한 선수들의 올스타 선정이 있었기에 더 화려했습니다. 리무진을 타고 들어와 레드카펫을 걸어가더군요. 프로야구 30주년 기념으로 포지션별 올스타를 팬, 야구인, 언론의 투표로 선정했습니다. 물론 모두 두말할 필요 없는 스타들이지요. 오랜만에 보는 유격수 김재박, 2루수 박정태는 특히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레전드 올스타들에게 향수를 느낄 수는 있었지만 어쩐지 전설(레전드)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모두 뛰어난 선수들이었지만 저 포지션에 더 훌륭한 선수는 없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지요. 일종의 팬 투표였기에 가장 인기가 좋고,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가 선정되는 것은 당연했지만 레전드라는 이름이 마음에 걸렸던 것입니다.

레전드가 되려면 아련한 향수가 아니라 누구도 넘보기 힘든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기록과 함께 영향력과 극적인 승부에 대한 기억이 더해지면 좋겠지요. 하지만 기록이 기본이 돼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프로야구 30년 역사에 가장 뛰어난 투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선동열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록이나 영향력 그리고 인기 면에서 그를 능가할 투수를 찾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록만 가지고 말한다면 저는 송진우가 레전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선동열과 최동원도 레전드이지만 송진우는 조금 다릅니다. 그는 프로야구 역사에서 통산 200승을 넘은 유일한 선수입니다.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의 300승 투수는 대단하게 여깁니다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한국의 200승 투수에 대해서는 존경심이 덜한 것 같습니다. 20년간 투수를 한다고 하면 매년 10승을 올려야 합니다. 그것도 부상이나 사고에도 불구하고 매년 쌓아올려야 가능한 승수입니다. 그는 210승에 103세이브까지 추가했고 3000이닝 이상을 던진 유일한 투수이기도 합니다.

대중적 인기나 우승 횟수는 선동열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만하면 레전드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습니까. 이번 레전드 올스타는 이런 면에서 제 마음엔 들지 않았습니다. 레전드 올스타보다는 추억의 인기 스타라는 이름이 적절했던 것이 아닐까요.

은퇴한 선수만 레전드가 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현역 시절에 이미 대기록을 달성하면 레전드가 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 뉴욕 양키스의 데릭 지터가 통산 3000안타를 넘겼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 기준을 통과한 것이지요. 지터는 여러 차례 월드 시리즈 우승, 빼어난 수비, 필요할 때 치는 타격 능력, 출중한 외모 등으로 인기가 아주 높습니다. 즉 스타입니다. 하지만 3000안타 달성으로 이제는 확고한 전설이 되었습니다. 다음 해에는 기록을 바탕으로 한 레전드 올스타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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