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변환철] 열린사회 기사의 사진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바탕으로 공존을 모색해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7개국의 크고 작은 나라가 서로 패권을 다투던 중국의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통일을 이룩한 나라는 진(秦)나라였다. 원래 진나라는 7개국 중 약소국에 속했다. 이러한 진나라가 강대국을 물리치고 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원인이 있지만, 출신국을 따지지 않는 인재등용정책도 큰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진나라도 처음부터 타국 출신의 인재들에게 관대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초기에는 왕족과 대신들이 타국 출신 관리들을 추방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후에 진나라 승상(丞相)이 된 이사도 초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로 추방될 인물 명단에 들어 있었다. 추방될 위기에 처한 이사는 추방정책을 반대하는 내용의 간축객서(諫逐客書)라는 상소를 올렸다.

그 내용 중에 ‘泰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태산불양토양 고능성기대 하해불택세류 고능취기심)’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태산은 작은 흙덩이라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클 수 있고, 큰물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조차도 가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깊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진나라가 태산이나 바다와 같은 크고 강성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출신을 따져 인재를 가려 받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진왕은 이사의 의견을 수용하고, 파격적으로 그를 승상에 임명했으며, 이 일이 알려지자 수많은 인재들이 진나라로 모여들었다. 역사는 진나라가 이때부터 강성해졌다고 기술하고 있다. 진나라가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는데 이들 인재가 초석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비단 진나라의 경우뿐이 아니다. 구성원들 사이의 다양성과 차이점을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관용과 포용 정신을 발휘했던 국가나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했음을 역사는 잘 일러주고 있다.

비슷한 예는 자연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그 반경 수㎞ 안의 닭들은 모두 살처분된다. 어차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들은 모두 죽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감염이라도 막기 위해서다. 바이러스의 출처는 철새들의 분변이다. 따라서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던 철새들도 닭들처럼 떼죽음을 당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바이러스를 옮겨 온 철새들은 대부분 멀쩡하다.

닭과 철새들의 어떤 차이가 이렇게 다른 결과를 가져올까? 그 이유는 각 집단을 구성하는 개체들의 유전적 다양성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야생 조류군은 개체들이 유전적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그래서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면역력이 부족한 유전자를 가진 일부만 감염되어 죽고, 면역력이 강한 유전자를 가진 나머지는 살아남는다. 그런데 우리가 기르는 닭은 오랜 세월 알을 잘 낳도록 인위적 선택과정을 거치는 바람에 모두가 유전적으로 비슷해져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예외 없이 감염된다.

역사나 자연이 보여주는 이러한 예는 어떤 사회나 집단이 존속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바탕이 돼야 함을 일러주고 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양성의 바탕 위에서 서로 공존을 모색해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사회는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관용으로 열려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 22일 노르웨이의 한 젊은이가 저지른 연쇄테러에 세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다른 인종과 종교, 그리고 문화에 대해 정신병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지난 25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범인에 대한 분노 대신 평화와 화합에 대한 염원과 다짐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추모제에 참석한 하콘 왕세자는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지만 관용과 자유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을 호소했고, 시민들은 추모를 위해 들고 온 장미꽃을 높이 치켜들고 흔들며 공감을 표시했다. 초대형 참사를 겪고도 분노 대신 평화와 화합을 염원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 비극적 사건이 오히려 세계 시민들을 다양성의 광장으로 나오게 하고, 이해와 관용을 위하여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변환철 중앙대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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