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성숙한 민주주의가 주목받고 있다. 극우주의자가 저지른 폭탄테러와 총기난사에도 불구하고 ‘열린사회’와 민주주의를 향한 집념은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 비극의 현장 우토야 섬을 평화의 상징으로 재건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노르웨이의 가치, ‘개방·관용·포용’=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금요일(22일)의 테러 공격에 위협받지 않을 것이며 개방과 관용, 포용이라는 우리의 가치를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에 대한 노르웨이인들의 대응은 ‘더 큰 민주주의’ ‘더 많은 개방’ ‘폭넓은 정치참여’”라고 강조했다.

왕실도 국민화합을 위해 나섰다. 노르웨이 하콘 왕세자는 지난 26일 가르 스토레 외교장관 등과 함께 오슬로 시내 ‘세계이슬람선교사원’을 방문했다. 무슬림 이민자들이 마련한 희생자 추모 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지난 25일 장미를 들고 추모행사에 참여한 약 15만명의 시민들은 늑장출동으로 비난받았던 경찰과 소방관들에게도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이들에게서 테러에 대한 공포나 경찰에 대한 분노는 찾기 어려웠다. 로이터통신은 역사적으로 경찰에 우호적이고 처벌에 관대한 노르웨이의 특수한 문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소국의 성숙한 민주주의=노르웨이는 미국과 달랐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국토안보부를 설치하고 ‘애국자법’을 제정하는 등 테러 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반면 당시 미국과 비슷한 충격을 받은 노르웨이의 경우 테러를 조사할 특별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지만 무장경찰을 곳곳에 배치하는 형태는 아닐 것이라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전망했다. 시민의 자유를 제약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여론 반응도 호의적이다. 노르웨이의 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의 94%가 이번 테러 대응에서 스톨텐베르그 총리가 ‘잘하고 있다’ 또는 ‘매우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은 연쇄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의 변호사인 게이르 리페스타드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악의 의뢰인을 만난 그는 “사법시스템은 민주주의에서 매우 중요하다.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우토야 섬을 평화의 상징으로=노르웨이의 억만장자 호텔리어 페테르 스토르달렌(48)이 우토야 섬을 평화의 상징으로 재건하기 위한 국제모금운동을 시작했다고 AFP통신이 27일 보도했다.

그는 “우토야 섬은 전 국민적 슬픔의 상징이 됐지만 그곳에 다시 기쁨과 통합, 낙관주의가 어우러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스토르달렌은 개인 재산이 85억 크로네(약 1조6527억원)로 노르웨이 언론이 10대 부자로 선정한 인물이다.

모금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스토르달렌은 “이미 800만 크로네(15억5552만원)가 모금됐다”면서 “이번 주말에 1000만 크로네를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눈이 내리기 전에 청소년들이 다시 두려움 없이 우토야 섬에 모이는 것이다. 그는 “이번 계획은 민주주의의 미래에 관한 것이며 젊은 유럽인들의 정치참여 없이 민주주의도 없다”고 강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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