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호남을 버려 충청을 얻자? 기사의 사진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 경쟁력이 없는 부문은 아예 포기하고 경쟁력이 있는 부문, 그러니까 이익을 많이 남길 가능성이 있는 부문만을 선택하여 그것에 집중하는 게 경제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집권당의 대표로서, 이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업 경영 전략을 선거 전략으로 공식 채택하겠다고 선포한 것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이 처음 아닌가 싶다. 홍 대표는 최근 2명의 한나라당 지명직 최고위원 모두를 충청권 출신 인사들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지명직 최고위원 중 1명을 호남에 배려해왔다. 그러나 그래봤자 총선 때 호남에서 한나라당 당선자도 나올 게 아니므로 호남을 포기하고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충청권에 최고위원 두 자리를 다 줌으로써 그곳 민심을 얻어 당선자를 늘리는 전략을 구사하자는 게 홍 대표의 구상이다.

집권당 대표의 선거전략

다른 최고위원들의 반대로 홍 대표의 이 같은 구상은 일단 제동이 걸렸으나, 럭비공이라는 별명의 홍 대표다운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호남을 포기하고 충청권을 선택하여 집중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 아니라, 이를 내외에 선포할 생각을 했다는 게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라는 얘기다. 선거에서 표가 안 나올 곳은 포기하고 부동층을 집중 공략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렇다고 선거 주체가 어느 곳을 포기했다고 선포하는 일은 일찍이 보지 못했다. 특히 집권당 대표가 나라 몇 분의 일에 해당하는 권역을 포기하겠다는 전략을 공공연히 밝힌 일은 없었다.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기업 경영이나 장사 같으면 홍 대표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현명한 대책일 수도 있다. 또 백보를 양보하여 특정 지역에 지지 기반을 둔 군소 정당이나 후보라면 암암리에 그러한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 집권 여당이다. 선거 때 표가 덜 나오고 당선자가 없다 해서 어느 지역을 포기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 더군다나 호남은 영남과 짝을 이루며 지역감정이 항상 문제되는 곳이다. 그럴수록 집권당이 이 지역감정의 골을 메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하여 호남에서 한나라당 득표율이 올라가고 한나라당 당선자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 하는 게 국가경영의 기본일 것이다.

우려스런 하인리히 법칙

홍 대표의 이 같은 언사를 호남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그가 집권당 대표이기에, 비단 선거에서뿐 아니라 국정 전반에서 호남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걸음 나아가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정책이나 인물 대결보다는 지역감정을 자극하여 치르려는 홍 대표의 한나라당 전략이 아닌가 의심할 수도 있다. 그게 설령 양대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도움이 된다 해도 그에 따른 대립과 갈등과 국론분열 등 국가 차원의 대가는 너무 클 게 분명하다. 집권당의 대표가 국민통합을 위해 지역감정의 골을 메우진 못할망정 본의든 아니든 그 골을 더 깊이 파 갈등을 키워서야 되겠는가.

TV에서 홍 대표는 가장 인기 있는 토론자라고 한다. 그의 화끈한 발언이 시청률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화끈하다는 말은 정제되지 않았다는 말과도 통한다. 실제로 그는 당 대표가 된 이후 짧은 기간에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어록들을 많이 남겼다. “재벌이라면 착취라는 말이 먼저 연상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한다. CEO 출신이어서 회사 경영하듯 국가를 경영한다. 자기 혼자만 잘나고 영도한다고 되는 것 아니다. 국무총리는 모두 병역면제자, 장관은 부동산 투기자와 탈세자를 지명한다.” 질문하는 여기자에게 “너 진짜 맞는 수가 있어” 등이 그 예이다. 일부 맞는 말도 없진 않겠으되 집권당 대표로서는 적절치 않은 말이 많은 것 같다. 또 이 중에는 자신에게 되돌아갈 말도 없지 않을 듯싶다.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있다. 대형 사고를 살펴보면, 그에 앞서 평균 29번의 가벼운 유사 사고와 300번의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다.

백화종 부사장 wjba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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