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잘 놀고 간 일본 의원들 기사의 사진

일본 중의원 의원 2명, 참의원 의원 1명이 김포공항에서 한판 잘 놀고 돌아갔다. 한국식 비빔밥으로 식사를 하고 한국산 김을 쇼핑해서 갔다지 않는가. 그러니 ‘잘 놀고’라고 할 수밖에. 무슨 절박한 사정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고 대단한 각오를 한 것 같지도 않은 한가로운 나들이였다. 일본인답게 허장성세를 해 보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한국 측이 반응해줬다. 그래서 ‘잘 놀고 가게’ 된 것이다.

‘애국 쇼’에 들러리 서 준 격

동북지방의 대지진과 지진해일에 원전 사고까지 겹쳐 일본 정치인들에게는 이 즈음이 아주 어려운 시절이다. 자연 재앙이지만 정치인들로서는 국민 대하기가 힘겨울 수밖에 없다. 뭔가 기운을 차릴 만한 일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할 텐데 마땅히 내놓을 게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도 용이 쓰인다. 안에서는 아무리 찾아봐야 국민 위안거리가 없으니 자연 밖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과거처럼 침략과 강점의 대형 퍼포먼스를 연출할 수는 없지만 남을 집적거려 일본인들의 민족의식을 자극하고 마음을 결속시킬 여지는 있다. 영유권 문제 건드리기가 그것이다.

탐나기야 북방 4개 섬만한 게 없지만 러시아는 너무 버거운 상대다. 게다가 건드려봐야 꿈쩍도 않는다. 반면에 독도는 건드리면 즉각 한국인들의 반응이 오고 일본인들이 바로 자극받는다. 이미 일 외무성이 직원들에게 ‘대한항공 이용자제’ 지시를 내리고, 일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명시한 방위백서를 2일 발표할 것으로 예고하는 등 자리를 깔아 놨다. 애국 퍼포먼스거리와 계기로 이만한 게 달리 없다. 우경화 분위기에 제대로 편승하면 의원직 유지는 떼놓은 당상이다.

아마 그런 계산이었을 것이다. 꾀라고 낸 것이 머리 디밀기다. 그 자체만으로 화제가 된다. 명문장의 격문을 작성하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다. 신도 요시타카 의원은 “울릉도에 가서 주민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말했다. 울릉도에 들어가는 모습만 보여주면 목적은 달성된다는 의미다.

이들의 여유로운 ‘애국 쇼’에 한국이 충실한 관객 역할을 해줬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신변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리의 우려를 일본 정부에 전하고 협의하라”는 말로 지대한 관심을 표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이들의 입국에 맞춰 울릉도와 독도에 가서 시위했다. 법무부는 이들을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흘렸고 정치권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은 일제히 억지 입국자들을 질타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북한까지도 이들 일인을 맹렬히 규탄했다. 범정부, 범정치권, 범민족적으로 관심을 표해 준 것이다. 의원 몇 사람이 벌인 퍼포먼스 치고는 대성공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논쟁의 고삐 우리가 쥐어야

일인들의 잔꾀부리기에 들러리 서는 격이 될 것을 예상 못했을 리 없다. 그렇지만 국민 정서를 잘 알면서 심상한 표정으로 넘기기는 어렵다. 일단은 분개 규탄부터 하는 게 순서다. 그런 심정들이었을 터이다. 그런데 소동을 벌인 일인들은 비빔밥 잘 먹고 김 보따리까지 챙겨 돌아갔다. 머쓱해진 것은 울릉도에 못 간 그들이 아니라 지레 놀라서 소리 지른 이쪽의 높은 사람들이다.

격분한 것이 잘못이라는 게 아니다. 충분히 분개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논쟁의 주도권을 저쪽에 주고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삐는 우리가 쥐고 있어야 한다. 독도 논쟁의 이니셔티브를 일인들에게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우선 대마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이 긴요하다. 대응논리로서가 아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이의 반환을 일본에 요구했다고 하거니와 대마도는 역사적으로 분명한 우리의 영토로서, 일본에 강점당해 있을 뿐이다. 이 대통령 다음의 대통령들이 반환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독도에 대해서는 실효적 지배를 묵묵히 강화해가면 된다. 우리 영토가 분명한데 일인들의 반응에 구애될 까닭이 없다. 우리 건설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독도에 본격적인 주거용 건물과 관광호텔을 건설할 일이다. 관광객이 쇄도할 게 틀림없다. 이게 영유권 논란의 고삐를 우리가 확실하게 잡는 방법이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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