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박태환, 메달이 아니라 기록이다 기사의 사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마치고 박태환 선수가 돌아왔습니다.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땄으니 소기의 목표는 달성했다고 볼 수 있지만 100m, 200m의 부진이 마음에 걸립니다. 금메달을 땄으니 할 일은 한 것 같은데 뭔가 빈구석이 있어 보입니다. 아마 그가 한 종목에서도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승을 하면 됐지 기록이 그렇게 중요하냐는 반론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종목에 따라서는 기록이 더 중요하기도 합니다. 역도 육상 수영 등이 그런 종목에 해당됩니다. 인간 한계에 도전한다는 스포츠의 기본 정신과 잘 맞아떨어지기에 기록이 중요합니다.

마라톤은 세계 신기록이란 말을 쓰지 않고 세계 최고 기록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왜냐하면 대회마다 코스가 달라 일률적인 평가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절대 거리 42.195㎞만 동일할 뿐 코스마다 경사도 다르고 굴곡도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날씨와 관계없이 진행됩니다. 따라서 마라톤의 일인자는 기록보다 일류 마라토너가 많이 참가하는 주요 대회에서의 우승 횟수로 가려지는 것이 더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육상 100m의 경우는 다릅니다. 연맹이 허용하는 바람의 세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것을 초과하면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수영은 마라톤보다 육상 100m에 가깝습니다. 거의 동일한 조건에서 겨루는 경기니까요. 따라서 세계 신기록 수립 여부가 중요합니다.

중국의 쑨양 선수는 이번 대회 자유형 1500m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습니다. 10년 정도 깨지지 않은 기록을 갈아 치웠다니 대단하군요. 쑨양은 박태환의 라이벌로 소개됩니다만 라이벌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한 것 같습니다. 라이벌이라면 같은 종목에서 치열하게 순위를 다퉈야 하는데 두 선수는 400m에서만 대결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쑨양은 800m, 1500m에 도전해 모두 금메달을 땄고 박태환은 100m, 200m에 나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굳이 승패를 따지자면 쑨양의 승리입니다. 메달에서 쑨양은 금 2, 은 1인 반면 박태환은 금 1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기록면에서도 박태환의 완패입니다.

다행히 박태환 선수는 귀국하면서 내년 올림픽에서는 세계 신기록에 도전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제 그가 주 종목인 400m에 전념해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 바랍니다. 많은 메달을 따는 것보다 기록경기인 만큼 다른 선수들이 오랫동안 깨지 못할 기록을 수립하기 바라는 것입니다. 메달보다 기록 경신에 정진하는 것이 수영이란 스포츠의 기본 정신이겠지요. 역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강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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