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칼럼] 평창동계올림픽 백서 나올 무렵 기사의 사진

재작년 타계한 박세직 전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SLOOC) 위원장은 재직 당시 서울올림픽이 꼭 성공해 국운 상승의 일대 전기가 될 것이라는 신념에 가득 차 있었다. 군 출신의 딱딱한 이미지와는 달리 세계사와 동서양 사상 등 학술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그는 국제 정세의 흐름에 비춰볼 때 서울올림픽의 성공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안정과 번영을 보장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1981년 12월 SLOOC가 발족하고 외무부 장관 출신의 김용식씨와 정권 2인자로 통하던 노태우씨 등이 차례로 위원장을 맡았으나 이질적인 조직 구성과 장악력 부족 등으로 내부 잡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1986년 박 위원장 취임과 함께 올림픽의 리허설이라 할 수 있는 서울아시안게임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국내외 여론이 크게 달라졌다.

그는 TV 중계권 협상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관계 설정 등 대외 업무에서 과감한 결단으로 SLOOC를 이끌었고 흑자 올림픽을 실현하기 위한 수익사업과 예산집행 등에서는 꼼꼼한 업무처리로 정평이 났었다. 12년 만에 동서화합 올림픽이 열리는 서울로 세계의 눈길이 쏠리면서 군사정권의 민주화운동 탄압에 제약을 가해 올림픽이 한국의 민주화와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한 최후 보루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도 싹트기 시작했다.

서울올림픽은 TV 중계를 통해 구소련 등 동구권에까지 한국의 발전상을 널리 알려 그가 예견했던 것 이상으로 국운 상승에 강한 탄력을 받쳐주었다. 개막식을 통해 평화적 정권교체와 민주화의 성과를 세계에 널리 알렸다. 경제적으로는 국격 향상이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대외 무역의 흑자 기반을 굳힐 수 있었다.

그리고 30년. 2018년 동계올림픽이 평창에서 열리게 됐다. 그동안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성장을 다진 우리나라가 한층 달라진 위상으로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세계에 선포할 책무를 받았다. 이를 위해 IOC 규정에 따라 늦어도 오는 12월까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를 구성해 인선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대회 성공을 위한 5대 전략을 제시해 문화·환경·경제 올림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직은 다소 모호하게 들리는 전략 목표들이지만 대회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조직위 구성으로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회 성패를 가름할 1차 관건은 조직위원장 인선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벌써 조양호 유치위원장과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김진선 유치특임대사, 한승수 전 국무총리 등이 정부와 체육계 주변에서 조직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고 한다.

서울올림픽 경험에 비춰본다면 선거의 표부터 따지는 정치인은 가급적 배제하되 정·관·재계에 두루 발이 넓고 업무추진력이 뛰어난 인사를 물색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 국제 스포츠계에 알려진 인물이라면 더욱 좋겠다. 흑자 대회를 위한 대외 협상력과 경영능력은 필수이고 잔치가 끝난 뒤 지역 발전과 시설 활용 방향까지 고려해 준비하는 비전이 필요하다.

조직위원장을 IOC 위원으로 가는 징검다리 쯤으로 여기는 생각은 곤란하다. 2000년 이후 선임되는 IOC 위원은 70세가 넘으면 물러나야 하므로 조직위원장 출신 IOC 위원 구상은 큰 의미가 없다. 또한 능력이 뛰어난 분이라 해도 사무총장 등 대리인 체제로 조직위를 끌고 가려는 생각은 접는 게 낫다. 대회 준비와 이후를 직접 책임지고 챙길 수 있는 인사가 바람직하다.

이런 저런 제약 요인을 모두 감안하면 적임자를 물색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명망가를 내세워 적당히 넘어갈 일은 아니다. 조직위원장은 의사결정 기구인 조직위 집행위원회에서 선출되므로 아무래도 정부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다. 정부가 강원도의 여론을 감안해 남은 7년 정치권 변화에 흔들림 없이 확실하게 조직위를 끌어갈, 비전과 추진력을 겸비한 인물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대회 후 시차를 두고 발간할 백서에 조직위원장의 공과가 가감 없이 담기기를 바란다.

김성기 편집인 kimsongk@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