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이번엔 느긋하게 즐길 수 있겠다 기사의 사진

올 여름 정말 비가 많이 오는군요. 작열하는 태양, 이런 말이 생소할 지경입니다. 하지만 이 비도 지나가겠지요. 이달 말에는 햇볕이 내리쪼이겠지요. 그리고 덥지만 맑은 태양 아래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경기장 사진)가 열릴 겁니다. 저는 이번 대회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이기도 하지만 모처럼 느긋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느긋하다고 하는 것은 제가 좋아하는 종목을 하이라이트가 아닌 전 과정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동안 이런 대회에 관해 불만이 많았습니다. 보통 한국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이나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는 종목만 집중적으로 중계를 하고 한국에서 별다른 이목을 끌지 못하는 종목은 하이라이트로 방송했기 때문입니다. 육상 100m나 마라톤은 아마 예선전부터 전 과정을 중계하겠지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800m, 1500m의 경우는 예선전부터 모두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날그날 하이라이트 시간에 결승선에 들어오는 장면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중거리 경기는 지구력, 스피드, 작전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예선부터 어떻게 힘을 분배하는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결승에서는 더욱더 구체적인 작전이 필요하지요. 한 무리를 지어 달리다가 언제 스퍼트를 하느냐의 싸움인데 상대에 따라 작전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제 인상에 남았던 경기 중 하나는 기록으로 1위인 선수가 마지막 200m를 남기고 꼴찌에서 치고 나와 우승하는 경기였습니다. 정말 흥분했었지요. 챔피언인데 언제 치고 나올까, 치고 나온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조바심을 가지고 시합을 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종목을 결승전만 하이라이트로 본다면 제 맛을 느낄 수 없겠지요.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로 결선만 보면 흥미가 반감할 겁니다. 모든 종목이 과정을 거치면서 스토리가 생겨나고 스토리 속에서 스릴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저는 모든 종목의 거의 전 과정이 중계될 대구 대회에 기대가 큽니다. 유럽에서 열리면 시차 때문에 편한 시간에 보기 힘들었습니다. 2007년 오사카 대회는 같은 시간대에 열렸으나 개최국이 아니어서 관심 가는 종목만 중계가 되었겠지요. 이렇게 짐작하는 것은 우리나라 텔레비전 중계의 관행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당시 저는 일본에 머물고 있었기에 보다 다양한 종목을 볼 수는 있었으나 아무래도 타국이어서 그런지 느긋하게 즐기지는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시차 없이 편하게 즐기고자 합니다. 찬찬히 보면서 좋아하는 종목도 늘려보려고 합니다. 투포환이나 창던지기도 묘미가 있을 겁니다. 제가 아직 발견을 못했을 뿐이겠지요. 즐거운 축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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