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한국 축구, 세계 표준화를 따라야 기사의 사진

일본전 0-3 패배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대패는 수십 년만이라고 하면서 그 원인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평가전 한 번에 너무 요란 떨 것은 없다는 의견부터 전술·전략의 세밀한 해부까지 다양한 평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통점은 한국이 일본에 비해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과 전반적인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축구의 색깔이나 특징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저는 한국 축구가 색깔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표준과의 수준의 문제에 봉착했다고 여깁니다.

휴대전화 시장 경쟁은 치열합니다. 시장에서 자사 제품이 표준이 되기 위해 사력을 다해 경쟁을 합니다. 요즘은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어느 제품이나 세계 시장을 무대로 경쟁을 합니다. 이런 표준화 경쟁에서는 미국의 특징이나 한국의 색깔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고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표준이 됨으로써 더욱더 지위가 견고해집니다.

축구도 예외가 아닙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축구는 유럽과 남미가 양분하였습니다. 개인기를 바탕으로 하는 남미 축구와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유럽 축구가 각각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있지요. 두 대륙은 평상시에는 교류가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과 달랐던 것이지요. 축구 황제 펠레는 1970년대 초 은퇴할 때까지 브라질 산토스에서만 뛰었습니다.

하지만 1982년 마라도나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이후에 남미 선수들은 유럽을 주무대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즉 본격적인 교류가 시작된 것이지요. 유럽이라는 최대의 시장에서 남미 선수들이 유럽 선수들과 팀 동료로서 많은 시합을 하면서 두 대륙의 축구 스타일은 점점 더 닮아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남미 스타일과 유럽 스타일을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브라질도 팀워크를 바탕으로 거친 축구를 하며 영국도 정교한 개인기를 구사합니다. 마라도나보다 한 걸음 더 진전된 경우인 메시 같은 경우는 아예 바르셀로나가 어렸을 때부터 키워낸 선수입니다. 메시는 국적은 아르헨티나이지만 축구는 스페인산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 이런 경쟁에서 표준화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저는 스페인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간결하고 정확한 패스를 위주로 하는 이 팀은 지금 세계축구의 표준 모델입니다. 월드컵 우승이라는 전적도 있지만 클럽 대항에서도 좀처럼 지지 않습니다. 이 팀에서 슛은 마지막 패스라고 여겨집니다. 그만큼 정교한 패스로 템포감 있게 한다는 것이지요.

일본도 한국도 모두 스페인 팀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본이 진도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은 원터치 패스를 통해 앞으로 나아갑니다. 어렵게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한국 팀은 힘겨워 보입니다. 한국은 색깔을 찾기보다는 세계 표준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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