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채정아] 東아프리카에 구원의 손길을 기사의 사진

소말리아 국경 근처 다답의 난민캠프에는 난민들이 끊임없이 밀려오고 있다. 수용 가능한 인원이 넘쳐서 구호식량도 모자라고, 마실 물도 모자라지만 사람들은 살기 위해 계속 이곳으로 온다.

25세의 젊은 엄마 입다오도 세 아이를 데리고 5일을 걸어서 이곳에 도착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소말리아에서 남편 없이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근근이 끼니를 이어오던 입다오는 최악의 가뭄이 닥쳐 가족 모두 굶주리게 되자 죽을 각오로 길을 떠났다. 이곳까지 오는 길에 자식을 묻는 부모도 보았고, 부모를 묻는 자식도 보았다. 난민캠프에 도착했지만 최소한의 구호식량만 주어진다. 영양실조로 눈이 퀭해진 아이들을 보며 입다오는 매일매일이 두려울 뿐이다.

다답 캠프의 수십만 난민들은 모두 입다오 가족과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등 최근 기근으로 몸살을 앓는 동북부 아프리카 전체로 보면 1200만명 넘는 사람들이 굶주림의 고통을 겪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왜 가난한 집의 우물까지 말리시는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길에 자식을 묻는 부모들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이 지역의 국가들은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들이다. 근본적으로 강수량이 적고, 자원이 부족하며 인구는 많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악의 기근과 폭력사태까지 겹쳐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난민들의 숫자는 급속히 증가하는데 국제구호의 손길은 난민의 증가속도를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더디다.

지금의 기상상황으로 볼 때 가뭄피해는 향후 몇 달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1991∼92년 수많은 어린이가 숨졌던 이 지역의 비극적인 기근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세계인의 관심과 후원이 절실하다. 물론 우리가 도와야 할 곳이 아프리카의 뿔 지역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수재를 당한 이재민이 있고, 아프리카 외에도 우리가 도와야 할 수많은 빈곤국들이 있다. 이럴 때 유니세프가 아프리카의 뿔 지역을 조금만 더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지금 그곳에 가장 어려운 어린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도와주지 않으면 50만명이 넘는 어린생명이 사라질지 모른다.

기근의 폐해는 깊고 넓다

하지만 아직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미미하다. 지난해 1월 일어났던 아이티 대지진 당시 지구촌 전체에 불었던 엄청난 후원열기와 일본 쓰나미 당시 우리 국민들의 기부열기를 생각해보라. 아프리카의 기근은 이러한 재해 못지않게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홍수나 쓰나미 지진과 같이 시시각각으로 재난의심각성을 표현하기 어렵다. 자연재해는 단시간에 특정지역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켜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뉴스가 되는 반면, 가뭄과 기근문제는 넓은 지역에 광범위하게 장기적으로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영상과 사진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즉각적으로 보여주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는 아프리카의 기근을 ‘조용한 위기’라고 부른다. 일상처럼 일어나는 일이기에 관심과 시선을 끌지 못하지만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근은 하루아침에 지나갈 수 있는 재난이 아니다.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유니세프는 식량, 식수공급과 함께 질병예방에 중점을 두고 활동한다. 1990년대 기근 당시에는 수많은 어린이가 굶주림이 아닌 수인성 질병에 걸려 사망했다. 유니세프는 질병이 창궐하기 쉬운 난민캠프에서 5세미만 모든 어린이를 대상으로 홍역과 소아마비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소말리아에서, 케냐에서, 에티오피아에서 수많은 어린이가 지금 죽음과 싸우고 있다. 지구촌에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 국민들은 따뜻한 정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조용한 위기’가 아닌 구호가 시급한 재난이다. 우리의 넘치는 정을 지금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나눠주자.

채정아(유니세프 미디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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