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판석] 재난관리체제 선진화 서둘러야 기사의 사진

“현 정부는 물론 차기 대권주자들도 치산치수와 방재에 관한 대안을 내놓아야”

올 여름에 내린 집중호우는 산사태, 주택·도로 침수, 일부 사회기간시설 기능 마비 등을 일으키며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지금까지도 많은 지역주민과 관계 공무원 및 군인, 자원봉사자들이 재난복구에 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 재난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자연재난에 대한 대비가 비교적 잘 돼 있다는 수도권 지역도 자연 앞에서는 그 기능과 역할에 한계를 드러냈다. 기후변화의 위험성과 깜짝깜짝 놀랄 만한 위기가 일상화되고 있음을 절감케 한다. 이제는 ‘100년 만에 처음’ 등과 같은 용어와 변명을 폐기하고 ‘놀랄 만한 일’을 상시처럼 대비하는 효과적인 방재 및 재난관리체제가 필요한 때다. 다음과 같은 주요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예방행정과 예방정책이 정립돼야 한다.

첫째, 재난이나 위기에 대한 인식과 지각을 재고해야 한다. 그간 우리는 예측가능한 일들을 기대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예측불허의 일들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위기에 대한 인식과 지각을 새롭게 할 때이다. 재난은 많은 예고 신호를 보내기도 하지만 예고 없이 오기도 한다. 따라서 하인리히의 법칙을 교훈삼아 예고와 징후를 잘 지각해야 하며 동시에 예측하기 힘든 비정형적인 일을 상정해 보다 창의적인 준비와 예방 및 효율적인 대응태세, 신속한 복구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방재 및 재난관리와 관련한 개별 법률상의 불명확한 정의를 바로잡고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재난과 안전에 관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자연재해대책법’ ‘소방기본법’ ‘민방위기본법’ 등의 정의 규정을 살펴보면, 재난과 재해 등 유사 용어를 사용하면서 그 의미가 상이해 법해석과 적용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각각의 법률이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해당 법률의 적용 범위에 대한 논란, 관리기관의 중첩, 책임소재 불분명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혼선이 없도록 개별 법률의 관련 조항을 정리하고, 재난과 안전관리 등을 포함한 국가위기관리에 관한 종합적인 법제화가 필요하다.

셋째, 재난관리조직체제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현재 일부 광역자치단체를 제외한 나머지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전히 재난관리와 관련된 업무가 분산되어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재난관리를 저해하고 있다. 또한 소방방재청장은 재난현장에서 재난을 직접 처리하는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의 장이면서, 재난 관리를 총괄조정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구성원으로 돼 있어, 역할 혼선과 기능 이원화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각종 재난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조정할 수 있도록 소방방재청의 조직구조와 정책조정, 재난관리 역량 등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넷째, 민·관·군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효율적인 재난관리를 위해서 군 역할의 중요성이 늘어나고 있으나 민·관·군의 협력체계가 원활히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각 관련 조직들 간의 협력체제 부실, 행정기관 위주의 재난관리체제, 재난관리 교육훈련 미흡, 재해구호 자원봉사 조직 간 조정연계 미흡 등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그러므로 민·관·군의 조정과 협력을 위한 민·관·군 재난관리 협의체 활성화와 네트워크 센터의 상시적 운영이 필요하며, 실질적인 조정 권한 부여, 프로그램이나 기능 중심의 의사결정 방식 활용, 재난관리 연습의 실제화와 훈련의 내실화, 자원봉사조직 간 네트워크 기능 강화, 재해구호서비스 정보수집시스템의 연계통합 구축 등이 필요하다.

치산치수와 방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중요한 국정과제이고 주요 선진국들도 방재와 재난관리체제를 선진화하는 데 정책우선순위를 높여가며 예산도 증액하고 있다. 상시침수지역이나 사고다발지역과 같은 말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사고원인을 철저하게 사전에 제거해야 한다. 따라서 현 정부는 물론 차기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도 재난관리체제의 선진화를 위한 새로운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이다.

김판석 연세대 언더우드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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