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종 칼럼] 어느 장단에 춤을 추오리까 기사의 사진

오래 전에도 이 난에서 인용한 기억이 있다. 조선 인조 때 유몽인(柳夢寅)이 지은 어우야담(於于野談)에 나오는 얘기다. 임진란의 총책임을 맡은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이 역리에게 공문을 줘 각 고을에 즉각 보내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사흘 뒤 고쳐야 할 게 있어 공문을 회수하라고 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공문이 되돌아왔다. 유성룡이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다. “조선 공사(公事) 삼일이라는 속담처럼 사흘 후면 공문을 고칠 일이 있을 것 같아 보내지 않고 소인이 가지고 있었습죠”라는 게 역리의 답변이었다.

여권의 혼선 너무 심하다

이 야담을 재탕하는 것은 이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여당이 하겠다는 일 중에 사흘을 못 가는 게 하도 많아서이다. 세종시,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놓고 정부 여당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나라가 얼마나 큰 혼란을 겪었는지는 다 지나간 일이니 대충 넘어가기로 하자. 현재 진행형인 각종 복지정책을 둘러싼 혼선만으로도 국민은 어지럽기 짝이 없다.

당장 무상급식을 놓고 실시되는 서울시 주민투표에 대한 집권 한나라당의 모양새가 영 말씀 아니다. 당에서는 거당적으로 투표 참여를 독려하여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유승민 최고위원 같은 이는 “그게 우리 당론이냐”며 괜히 관여했다가 어려운 처지에 빠지지 말고 투표에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유 최고위원이 박근혜계라는 점에서 당내 계파 갈등으로 해석하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오세훈 시장의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이 박 전 대표를 향한 지원 호소의 성격이 강한데도 박 전 대표가 아직까진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해석이 힘을 받는다. 투표를 이틀 남겨놓은 이 시점까지도 이 모양이니 많은 사람들, 특히 친박 성향의 투표권자들은 적잖이 헷갈리지 않을까 싶다.

이른바 반값 등록금, 영·유아 무상보육 문제는 어떤가.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대학생 반값 등록금 카드를 던졌다. 그러나 정부는 물론이고 당내에서조차 나라 살림을 외면한 포퓰리즘이라는 집중 공격을 받고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황 대표는 또 최근 0세부터 4세까지의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 정책안을 들고 나왔다가 역시 정부와 당내에서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하필이면 당이 전면 무상급식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 민주당보다 더 나간 무상복지 정책안을 꺼내는 게 앞뒤가 맞느냐는 질책인 것이다.

물론 황 대표의 반값 등록금 카드의 경우 사회 이슈화에 크게 성공하여 대학 등록금 인하와 함께 대학 개혁의 기폭제가 된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안 역시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도입하기 위해 진지하게 검토할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여러 저항에 부닥쳐 후퇴함으로써 죽자 살자 산 정상에 오른 뒤 “여기가 아닌가벼” 하며 다시 내려간다는 썰렁 개그를 연상시킴으로써 정부 여당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건 부인하기 힘들다.

국민이 믿고 따르기 힘들어

이밖에도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 정책을 둘러싼 이견 등 정부와 여당 간에, 또는 여당 내에서 벌어지는 혼선의 예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물론 국가 정책이 입안되는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분출하고 격한 토론이 벌어지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부 여당의 정책으로 제시될 때는 통일된 모습을 갖춰야 국민이 혼란스러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탈이념과 실용주의를 주장하는 기자로서는 국가 정책이 좌우 이념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나 적어도 논리의 일관성은 가져야한다는 생각이다. 각종 복지 정책안에 대한 기자 개인의 찬반과는 별개의 문제다. 전면 무상급식은 안 된다면서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을 하자는 건 논리의 일관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정책이 혼란스럽기로 말하자면 민주당이 훨씬 더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야당이다. 국정에서 정부 여당이 갖는 비중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정권 말기에 접어들고 총선과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정부 여당 내 이러한 현상이 심화될 것 같아 걱정이다. ‘이명박 정권 정책 삼일’이라는 소리가 안 나오도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백화종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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