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변환철] 변화와 혁신 기사의 사진

“연속 흑자를 내는 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것이다 ”

법원에 제기된 소송은 이를 심리할 재판기일과 시간이 정해진다. 당사자는 정해진 재판기일 및 시간에 법정에 출석하여 사건에 대한 심리를 받는다. 1990년대 말까지는 재판시간을 오전은 10시, 오후는 2시로 지정하는 것이 법원의 오랜 관행이었다. 한 재판기일에 심리되는 사건 수는 오전, 오후에 모두 수십 건씩 되었기에 사건 당사자들은 오전 10시나 오후 2시로 지정된 시간에 법정에 출석하여 자기 사건에 대한 심리가 시작되기를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앞 사건의 심리가 길어져 1∼2시간씩 법정에 대기하는 경우는 허다하였다.

사건 심리는 대개 사건번호순으로 진행되었지만,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은 사건번호에 관계없이 변호사가 법정에 출석한 순서대로 먼저 진행을 해 주었다. 일반당사자는 지정된 시간에 법정에 왔더라도, 통상적으로 변호사들이 선임된 사건의 심리가 마쳐진 후에야 비로소 자기사건에 대한 심리를 받았다.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이 많은 경우에는 일반인들의 대기시간도 그만큼 더 길어졌다. 판사들에 따라서는 재판시간을 오후에는 2시, 4시로 세분하여 지정하여 법정대기시간을 줄이기도 했지만, 사건 심리에 있어서 변호사가 우선하는 관행은 대체로 유지되었다.

2000년대 초반쯤부터 이 관행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일부 판사들이 사건심리를 변호사 선임여부에 관계없이 사건번호 순서대로 진행하였다.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의 사법구조나 관행 하에서는 혁신적인 시도였다. 또 재판시간도 5분 내지 10분 단위로 세분하여 지정하였다. 당연히 기존 제도에 익숙한 변호사들의 불만이 있었다. 그러나 변화는 이어져 지금은 대부분의 재판부에서 재판시간의 지정을 세분화하고, 재판진행도 사건번호 순서대로 하고 있다.

새로운 재판진행제도로 인하여 일반 당사자들의 법정대기시간이 대폭 줄어들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법원의 이러한 변화는 사건 당사자들의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처음에는 불평을 하던 변호사들도 이제는 새로운 제도에 익숙해져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새로운 재판진행제도가 완전하게 정착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이제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변화와 혁신이 저절로 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고, 우리의 인권의식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덕분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변화는 기존의 관행에 문제의식을 가진 누군가가 이를 타파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변화는 혁신의 길로 이어졌다.

저명한 미래학자인 존 나이스비트는 그의 저서 ‘마인드 세트’에서 “변화(change)는 혁신의 아버지”라고 불렀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는 피터 드러커도 “혁신(innovation)은 새로운 차원의 성과를 창출하는 변화”라고 정의한 바 있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은 “지구상에 살아남은 종(種)은 가장 강하거나 가장 지적인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종이다”라고 했다. ‘역사의 연구’를 저술한 아널드 토인비는 “인류 문명의 성장·발전은 계속되는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함으로써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들 석학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혁신을 이룬 종이나 문명은 성장·발전하였지만 그렇지 못한 종이나 문명은 쇠퇴·소멸하였다는 점일 것이다.

최근 30년간 연속적으로 흑자를 낸 기업의 특성을 조사 분석한 결과, 1위가 ‘끊임없는 혁신’(33%)이고, 2위는 ‘신제품 개발’(21%), 3·4위는 각각 ‘해외시장 개척’(17%)과 ‘신사업 발굴’(17%), 기타(12%) 순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변화와 혁신이 성장·발전의 핵심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대개는 익숙한 과거로부터의 결별을 꺼리고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만물은 유전(流轉)하고 변화를 피할 수는 없다. 오히려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것이 변화의 시대에 바람직한 삶의 태도다. 이는 논쟁 중인 복지분야에서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변환철(중앙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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