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빈 자리 크지만 선교는 계속돼야죠”… 남편 사역 잇는 오순옥 필리핀 선교사

“남편 빈 자리 크지만 선교는 계속돼야죠”… 남편 사역 잇는 오순옥 필리핀 선교사 기사의 사진

순교의 땅에 복음의 꽃이 피고 있다. 지난해 8월 2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강도의 총을 맞고 사망한 고 조태환(아래사진) 선교사의 희생 위에 선교 역사가 멈추지 않고 있다. 선교의 동력은 조 선교사의 사역을 잇고 있는 가족들과 현지 교회에서 비롯되고 있다. 조 선교사의 부인인 오순옥(45) 선교사는 28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 1년간은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하심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그의 목소리는 밝았고 힘이 넘쳐났다.

고 조태환 선교사는 1999년부터 필리핀에서 활동해온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교단 파송 선교사였다. 마닐라 인근 빈민지역인 아리엔다에 아리엔다평강교회를 세우고 어린이 사역과 태권도, 집짓기 활동 등을 해왔다. 그는 기아대책과도 협력하며 필리핀 홍수 당시 이재민을 돕기도 했다. 필리핀한인선교사총연합회와 필리핀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해 조 선교사를 순교자로 추대했다.

조 선교사 없는 교회와 가족은 어떻게 변했을까. 오 선교사는 먼저 교인들의 변화를 전했다. 그는 “교인들이 지금은 가족처럼 변했다”면서 “주 안에서 하나라는 생각이 가슴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담임목사를 잃은 성도들은 자발적인 신앙인으로 변해갔다. 조 선교사는 생전에 거의 모든 일을 혼자 떠맡았었다. 오 선교사와 교회 신자들도 조 선교사의 리더십에 의지해 살았었다. 하지만 그가 떠나간 빈 자리를 성도들은 스스로 채워갔다. 틈만 나면 교회에 나와 교회를 지켰고 믿음의 표시인 십일조 생활에도 열심이었다. 교회 건물도 성도들이 직접 나서서 리모델링했다. 전도에도 힘써 70명이었던 성인 교인이 지금은 170명으로 늘어났다.

조 선교사가 밤낮 돌보던 다양한 사역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태권도 교실에는 50명 어린이들이 나오고 있다. 집짓기 활동도 한국교회의 협조로 이어지고 있다. 기아대책에서 매주 제공하는 200개의 빵은 빈민촌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최근 교회는 현지인 전도사 2명을 세워 성인 성도와 어린이·청소년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오 선교사는 “교회 안에 하나라는 분위기가 강하다”면서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섬기는 생활이 몸에 밴 것 같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최근 한국에서 방문한 단기팀을 위해서도 식사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쳤다.

오 선교사가 남편의 뒤를 잇겠다고 결심한 것은 지난해 남편의 장례식 직후다. 남편의 유해를 들고 한국에 오면서 결심했던 것.

“선교 사역은 사명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내 상황이 나빠졌다고 선교를 그만두면 그건 사명이 아니잖아요. 남편은 없지만 하나님의 선교는 계속돼야죠.” 선교는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오 선교사는 자신은 철저히 남편에게 의존적이었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선교 활동 대부분은 조 선교사 혼자 감당했다. 그래서 필리핀에 다시 돌아갈 때는 걱정도 적잖았다.

“정말 앞이 캄캄했죠. 선교는 고사하고 어떻게 살아갈지도 막막했어요.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하나님께 순종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생겼어요.”

오 선교사는 난관에 부닥치면 조용한 공간을 찾아 기도했다. 긴 기도가 아니었다. ‘하나님’ 하며 내뱉는 한마디였다. 눈을 감고 ‘주님’하며 불러보기도 했다. 그렇게 1년을 살았다고 했다.

“하나님 의지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지금은 조 선교사와 살 때보다 하나님의 마음을 더 많이 헤아릴 수 있게 됐어요.”

하루하루의 삶의 변화도 감사하게 됐다. “요즘 필리핀은 우기(雨期)가 계속되고 있는데 며칠 전엔 햇빛이 잠깐 내비쳤어요. 너무 감사해서 혼자 웃으며 기도했지요.”

오 선교사는 현재 하은(19·파티마 의대 2), 예은(16) 등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주필리핀대신선교회는 지난 23일 조 선교사 추모 1주기를 맞아 마닐라 따가이 새생명교회(김은호 목사)에서 순교자 추모예배를 드렸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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