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칼럼] ‘모두 공짜’에 숨겨진 코뚜레 기사의 사진

“수혜 대상을 마구 확대하다가는 재정파탄이라는 국가적 재앙 피하지 못해”

야당과 진보세력들은 8·24 서울시 주민투표 결과를 선택적 복지 주장에 대한 보편적 복지의 승리라고 단언한다. 민주당의 전면 무상급식안에 반대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선택적 무상급식안을 걸고 주민투표를 감행했으나 투표율이 3분의 1 요건에 못 미쳐 폐기됐으니 당연히 전면 무상급식안의 승리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이미 보편적 복지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에 반값 등록금을 추가한 ‘3+1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나아가 재정지출을 줄이고 복지 조세 개혁 등을 통해 증세 없이 매년 33조원을 조달, 보편적 복지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는 허구라며 부유세 도입 등 증세 방안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애당초 시민들의 낮은 관심과 야당의 투표거부 운동 등에 비춰 투표율 요건을 채우기가 난망한 여건에서 주민투표를 감행한 오 시장의 선택부터 무모했지만 개함도 못한 결과를 향후 복지 정책의 방향타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근거가 취약하다. 이번 주민투표율 25.7%는 보기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며 투표 참여시민의 대부분은 선택적 급식에 쏠렸으리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면 무상을 요구하는 보편적 복지의 논거에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복지 지원은 빈곤층부터 확대하는 게 상식이다. 대부분 경제 전문가들은 시장경제의 경쟁에서 발생하는 소득 양극화에 대처하기 위해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복지 서비스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고소득층까지 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보편적 복지는 소득격차 완화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될 뿐더러 소요되는 비용은 엄청나게 크다.

보편적 복지 지지자들은 사회적 약자나 빈곤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 복지는 ‘낙인 효과’를 불러 복지 수혜자에게 약자의 징표를 찍게 된다고 주장한다. 약자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복지 수혜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막대한 행정비용이 소요되므로 차라리 전면으로 가는 게 낫다고 말한다.

또한 복지가 지속 가능하려면 사회 구성원을 대부분 수혜자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일부에만 복지가 지원되면 나머지 계층이 이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몰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하지만 낙인 효과는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복지 수혜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규제정과 제도운영에 배려를 한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과제다. 실제로 낙인 방지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급식비와 학비 등 지원신청을 주민센터에서 받도록 하는 방향으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으나 아직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수혜자 선정을 위한 행정비용 지적은 전면 무상으로 갈 때의 비용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억지다. 아울러 복지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수혜 계층 확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재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국민 부담에 좌우된다. 수혜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할 경우 재원 부족으로 인해 정책을 축소 또는 중단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빠지기 쉽다.

보편적 복지에 치중해 수혜 대상을 마구 확대하다 보면 막상 집중 지원이 필요한 극빈층이나 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대책이 소홀해질 우려도 없지 않다. 그래도 공짜 복지를 늘려 가겠다고 무리한 정책을 추진할 경우 국가적 재앙을 피할 길이 없다.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복지 포퓰리즘으로 재정위기에 빠지고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까지 재정불안으로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당했다.

주민투표 이후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복지 포퓰리즘에 쏠리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들으면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국민의 선택을 보여주는 투표가 그래서 중요하다. 8·24 주민투표는 투표율 요건에 걸려 개함도 못했지만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분명한 민심이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교육감 선거까지 함께 치르게 되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진다.

편집인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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