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볼트의 100m 질주를 못 보다니 기사의 사진

부정 출발로 인한 실격! 텔레비전 앞에 모였던 사람 모두가 실망을 금할 수 없었을 겁니다. 저도 예외가 아니었으니까요. 이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명 스타 선수가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실격되었으니 대회 보는 맛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 것 같습니다. 우사인 볼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비중이고, 며칠간 경기를 했으나 세계기록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실격 사태는 대회 전체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기록이 대구에서 연일 경신되고 있었다면 충격이 덜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그의 실격이기에 더 큰 뉴스가 된 것이겠지요. 그런데 실격의 사유가 부정 출발에 있고 바뀐 규정이 이번 대회부터 적용된 것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제육상경기연맹은 규정은 규정이라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규정 개정이 적법하게 이뤄졌고 개정된 규정을 널리 알렸으므로 규정을 고수하는 입장은 옳아 보입니다.

개정 사유도 타당해 보입니다. 즉 선수의 고의 부정 출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하는군요. 단거리 경우 출발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가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치기에 모든 선수는 초긴장 속에서 스타인 라인에 서게 됩니다. 그런데 어떤 선수가 부정 출발을 하게 되면 긴장이 흐트러지고 짧은 시간에 다시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경기 집중력을 높이고 악의적인 부정 출발을 막기 위해 단 한 차례의 부정 출발도 바로 실격 처리하기로 한 것입니다.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여전히 규정은 규정일 뿐입니다.

규정은 경기의 수준을 높이고 팬들을 위해 개정되게 마련입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규정도 많은 경우 개정을 거친 것들입니다. 지금은 야구에서 역도루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역도루라는 말 자체가 낯설군요. 2루에서 다시 1루로 도루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금지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메이저 리그의 전설인 타이 콥이 빈번하게 사용하여 결국 못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뭔가 정당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겠지요.

100m의 경우 고의로 부정 출발하는 선수를 제지하는 방안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이 기술적으로 힘들다고 2회 부정 출발 시 실격으로 했던 규정을 1회로 바꾼 것은 그야말로 행정편의주의입니다. 정당하다는 인식이 들지 않습니다. 단거리 경우 선수들은 예외 없이 초긴장 상태입니다. 그럴 경우 실수가 일어날 수 있지요. 따라서 한 번은 되지만 두 번은 안 된다는 것이 상식 아닐까요. 팬들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경기를 위해 규정이 존재하는 것이지 육상연맹을 위해 규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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