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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1952∼ )

오래 닳아 부드러운 돌은

한가운데 저를 닮은 입을

한껏 벌리고 있지만

아무것도 씻은 흔적 없고,

뒤에는 말할 수 없는 균열이 있어

칼끝이 지나간 선사 시대 두개골을 닮았다

그러나 또 돌려 세워놓고 보면

저를 빼닮은 입가의 잔잔한 반점들이

혼숙과 난교의 밤을 보낸

미성년의 신발과 같다


우리가 하는 사랑은 균형이나 조화와는 거리가 멀다. 사랑은 불안하고도 철이 없으며 평화가 없는 세계다. 가을 땡볕같이 따가운 사랑, 전쟁 같은 사랑을 하는 젊은 연인들은 철든 성인이 되고 싶지 않다. 미성년의 상태인 그 순간을 간직한 채 굳어버린 돌. 그 어지러운 반점에 무한 몰입하는 시인의 고백이 우리를 무서운 전율에 빠뜨린다.

정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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