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현길언] 정치적 마성(魔性)이 지배하는 사회 기사의 사진

“정치인들 능력이 모자라니 선량한 시민들을 편싸움으로 끌어들이는 것 아닌가”

우리 사회는 사안이 생길 때마다 ‘정치적인 문제’로 만든 후에 그것을 ‘보수’와 ‘진보’의 논리로 풀어가면서 결국 패거리 싸움으로 진전시킨다. 어떻게 해결되든 남는 것은 반쪽의 승리뿐이고, 패자는 결과를 승복하지 않으면서 서로 간에 불화와 반목의 골이 더 깊게 된다. 이러한 ‘정치적인∼’ 마성(魔性)은 우리 사회를 정체시키고 개인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몇 년 전 이야기다. 50대 중반에 들어선 제자가 ‘촛불 시위’ 문제로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가 결국에는 이혼 문제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연일 계속되는 촛불 시위 뉴스를 듣던 아내가 ‘이제는 좀 그만하지’하고 한마디 하자, 남편이 화를 내면서 아내를 타박했다. 그것이 부부 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우리는 이렇게 생각이 다르니 함께 살 수 없다’는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남편인 자기가 참고 나왔다고 했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70을 바라보는 초등학교 동창들이 수 십 년 동안 달마다 모였는데, 이제 그 모임이 해체될 때가 되었다고 한 친구가 걱정했다. 이유는 동창 중에 해병대 영관급 출신자와 진보주의를 자처하는 회원이 있는데, 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싸웠고, 그 싸움은 두 사람 문제로 끝나지 않고, 다시 회원들을 두 쪽으로 갈라놓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웃지 못할 일이면서 심각한 문제이다.

최근에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서울시 학교 무상급식 문제도 그렇다.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는 교육감의 주장과 좀 천천히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시장의 주장의 차이는 정치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따져보면 행정 절차의 문제이다. 시장이 무상급식은 전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전면 실시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감과 시장이 머리를 맞대어 조정해야 한다. 그 정도 조정 능력이 없다면 그들은 시장이나 교육감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이다. 그런데 급기야는 이것을 정치와 이념의 문제로 확대시켜 서울시민들끼리 싸우게 만들었다. 대선불출마, 시장 직 사퇴 등 정치적인 배수진을 쳐서 주민투표를 실시하게 되었고, 그러자 이 사안을 부자와 가난한 자의 대립구도로, 복지포퓰리즘 문제로 확대시키면서 결국에는 보수와 진보(진짜 보수도 진보도 없지만)의 대결로 몰고 갔다.

그 투표 결과로 오세훈 시장이 사퇴하게 되었다. 시장 사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다시 뽑으면 된다. 그러나 투표 안하기 운동, 투표를 하거나 하지 않는 사람으로 갈라놓은 일 등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많은 문제로, 선량한 시민들을 결국 둘로 갈라놓게 만들었다.

이렇게 사안을 확대시켜 시민을 끌어들이는 데는 정치꾼들의 음모가 도사려 있다. 한국에서 정치꾼이 되려면 우선 싸움에 능숙해야 한다. 그런데 싸움에 이기고 싶은데 자신들의 정치 역량은 부족하다. 이 부분을 선량한 시민들을 동원하여 채우려 한다.

정치가는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왜 국민은 지방의회 의원과 국회의원을 선출해야 하는가? 서로 다른 생각과 이념의 문제를 토론과 협의와 연구를 통해 새 안을 만들어내는 일을 시키기 위해서이다. 싸울 일이 있으면 정치꾼들만 싸우고, 시민들은 자기 생업에 충실하도록 하기 위해서 세금으로 정당을 운영하게 하고, 국회와 지방의회를 만들고 거기에서 일할 사람을 뽑은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어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데모에 참가하고, 등 굽은 노인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다정한 친구들 간의 술자리에서 고성이 오가게 하고, 죽마고우의 우정에 금이 가게 만들고, 순수한 열정을 갖고 세상을 냉철하고 정직하게 바라봐야 할 젊은이들에게 이념의 족쇄를 채워 놓은 일 등등, 이 모두가 정치가들의 음모 때문이다.

이렇게 ‘정치적인 마성’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한 건강한 사회가 되기에는 요원하다. 정치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방법으로든지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다.

현길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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