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이명희] 폭탄 돌리기의 끝은 기사의 사진

곳곳에서 제2 금융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들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최근 인터뷰 때마다 세계가 또 다른 금융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이미 상당한 수단을 사용했기 때문에 2009년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더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대표적 비관론자로 ‘닥터 둠’ 별명을 가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세계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며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60%에 이른다”고 경고했다.

그러고 보면 루비니 교수, 마크 파버 등과 함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한 위더머 형제 말처럼 2008년은 서막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2009년에 쓴 ‘애프터쇼크’에서 “미국에 투자하라” “이제 바닥을 쳤다”는 낙관적 뉴스들이 나오고 있지만 경기 침체가 끝나지 않았다고 예언했다. 2008년 부동산 버블 붕괴는 그동안 빚을 내서 흥청망청 누렸던 결과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버블 붕괴의 신호탄일 뿐이고 주식시장·민간부채·재량지출(선택적 지출) 버블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이 4가지의 버블 붕괴가 달러 버블과 정부부채 버블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지난달 초 부채한도 증액 협상 합의로 가까스로 국가부도 위기는 모면했지만 국가신용등급을 강등 당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을 보면 이들의 예언이 맞아들어가는 것 같아 섬뜩하다.

유럽 재정위기에 미국 경기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세계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투명한 상태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우리나라는 독감을 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에 의존적인 한국 경제는 미국과 유럽 발 뉴스에 주식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며 냄비경제 근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서 그동안 사상 최대 흑자 행진을 했던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지난달에는 흑자 폭이 8억 달러로 급감했다. 미국이 위기 극복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푼 달러 때문에 국제 원자재 가격이 치솟아 신흥국 경제는 인플레이션 몸살을 앓는 중이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물가가 5.3%까지 치솟았다. 3년 만에 최고치다. 여기에 우리는 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시한폭탄’까지 떠안고 있다.

현 정부가 성장만 보고 달려온 결과다. 이명박 정부가 내건 747(연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경제 7위) 공약(公約)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돼 버렸다. 정부가 수정한 연 4.5% 성장 목표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불과 올 초만 해도 우리나라는 지난해 6.2% 성장률을 달성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위기를 극복한 나라라는 자아도취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국이란 타이틀에 으쓱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려버렸다.

이제 와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자니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까봐, 또 삐걱거리기 시작한 실물경제를 더 위축시킬까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총체적 딜레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한민국은 벌써 선거판이다. 경제는 아랑곳없이 여야가 표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해외에서는 부자들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증세 요구를 하고 나섰지만 우리나라는 경쟁적으로 복지 확대를 외치면서도 정작 세금을 더 내자거나 더 걷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도려내야 할 종기를 표심 때문에 감추면서 폭탄 돌리기를 하다 더 심각한 상황을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선거가 경제를 망친 오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명희 산업부 차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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