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명호] 안철수의 과제 기사의 사진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며칠이었다. 빠르게 진행되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 같았다. 바로 ‘안철수 현상’이다. “국회의원과 달리 시장은 바꿀 수 있는 게 많다”는 그의 말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검토’는 바로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됐다. 여야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사람들보다 그에 대한 지지가 배 이상 높았다. 그리고 박원순 변호사로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통한 ‘안철수 불출마’. 결국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안철수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의 맞대결에서 근소하게나마 그가 승리하는 조사결과까지 나왔다. 대선주자 간 가상 맞대결에서 박 전 대표가 오차범위 내에서라도 패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아직 대선후보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가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 사회변화에 일조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대선에 대해 “생각 없다”에서 “생각해보지 않았다”로 표현이 바뀌기도 했다.

구체적인 콘텐츠 보여줘야

그렇다면 ‘안철수 현상’은 왜 나타났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무엇일까? ‘안철수 현상’의 핵심은 기성 정치권과 정당정치에 대한 반발이다. 공익보다는 사익을 우선하는 것이 지금의 정치권과 정당이다. 강용석 제명안 처리과정에서 보듯 자정(自淨)능력도 없다. 국민적 변화요구를 무시하고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하다. 보수-진보의 고집스러운 이데올로기적 대립도 국민들을 피곤하게 했다. 사람들은 ‘삶의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했는데 그들이 돌아가며 보여준 것은 보수의 부패였고, 진보의 위선이었다. 양극화는 갈수록 악화되면서 사회적 유동성은 더욱 낮아진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기성 정치권과 정당은 지역주의에 안주하며 대립적 모습을 보여 왔다.

‘안철수 현상’은 유권자들의 이와 같은 불만과 분노가 폭발한 통로였다. 기성 정치에 실망하고 떠돌던 사람들에게 그는 ‘제3의 대안(代案)’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층의 30% 내외가 그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안철수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나아가 기성 정치권과 정당정치가 변신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안풍(安風)’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우선 방향성 제시를 넘어 구체적 콘텐츠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가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현 집권세력이며, 한나라당을 응징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보면 분명 반(反)한나라당이다. 친(親) 민주당도 아니다. “민주당도 혜택 받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가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가? 기성정치를 대표하는 ‘양당은 모두 아니다’라는 말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이제 ‘양당은 아니다’를 넘어서서 ‘나는 이렇다, 우리는 이렇다’가 있어야 한다. 기성정치를 바꾸려는 그의 진정성을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정치세력 규합도 필요

여기에 고민이 추가되었다. 박원순 변호사가 한명숙 전 총리와 ‘야권 후보 단일화’에 원칙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렇다면 ‘안철수 현상’이 표방한 ‘제3의 대안 정치’가 ‘반(反) 한나라 연합정치’를 말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런 모습이 그가 원했던 것인지도 아직 분명치 않다.

그리고 정치는 세력을 필요로 한다. 국민적 지지를 정치권으로 전달하는 매개체 말이다. 통상 그것은 정당이다. 안철수 본인이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따라서 ‘어떤 사람들’이 그와 함께할 것인지 국민들은 궁금하다. 안철수씨가 답해야 한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