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사계] 후원의 벼는 나날이 익어가고 기사의 사진

창덕궁 후원 북단에는 옥류천을 중심으로 5개의 정자가 모여 있다. 대개 임금의 숲 속 리조트였지만 청의정(淸?亭)은 달라 왕실의 농경체험장으로 활용됐다. 궁궐에서 유일하게 초가지붕을 하고 있는 것도 이곳에서 나온 볏짚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임금은 해마다 청의정 주변의 논에서 직접 모내기를 하며 풍년을 간절히 소원했다. 대신들이 나서 궁궐의 송충이를 잡은 것처럼 권농을 위한 지도층의 솔선수범이었다. 이런 생각은 정약용의 삼농정신, 즉 풍성한 수확을 가져오는 후농(厚農), 농사일이 수월한 편농(便農), 직업적으로 가치있는 상농(上農)에 압축돼 있다.

‘청의’는 ‘맑은 물결’이라는 뜻이다. 정조는 이곳에서 ‘청의정상화(淸?亭賞花)’라는 시를 썼다. 동궐도에 그려진 것처럼 정자 주변에 드넓은 연못이 있었기에 거문고 뜯고 낚시하는 풍류가 가능했다. 지금은 전체 면적 20평에 논 13평으로 쪼그라들었다. 이곳 농사가 아무리 풍년이어도 지붕 이는 짚을 대지 못한다고 한다.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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