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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고승욱] 곽 교육감 사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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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13명이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보수·중도 후보가 8명이었다. 진보진영에서는 5명이 나섰다. 양측 모두 단일화를 하면 무조건 이긴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받았다. 보수진영은 단일화를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진보진영의 단일후보 경선에서는 곽노현 후보자로 정리됐다.

하지만 곽 교육감 체제가 출범한 지 1년2개월 만에 검찰이 나섰다. 곽 교육감이 후보 등록 후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줬다는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곽 교육감은 곧바로 기자들을 불러 돈을 줬다고 시인했다.

준 돈이 후보단일화의 대가인지, 순수하게 생활이 어려운 ‘동지’를 도와준 것인지는 곽 교육감이 기소된 뒤 재판부가 판단할 것이다. 그가 구금 상태에서 또는 자유로운 몸으로 법정에 나설지는 오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결정한다. 후보자매수 혐의를 포착한 검찰이 수사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다. 곽 교육감이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선 것도 당연하다. 선의로 도와줬는데 상대방을 매수했다고 검찰이 영장을 청구했으니 사실이라면 크게 억울할 것이다.

이렇게 사건의 사실관계는 무척 단순하다. 검찰뿐 아니라 곽 교육감의 입장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불필요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이런 주장은 어떤가. ‘진보교육감이라는 이유로 늘 감시가 따른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표적수사다.’ ‘검찰 수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공안탄압이다.’ 반대쪽 주장도 있다. ‘성인군자처럼 행동했던 진보진영의 도덕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보는 눈이 많았던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그랬는데 진보진영의 다른 후보단일화는 어떨까.’

모두 사실관계를 뛰어넘어 정치적 해석으로 비약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후임자를 뽑는 10월 보궐선거에서의 이해관계가 반영돼 있다.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에 미칠 영향을 계산한다. 하지만 사건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후보단일화 이후 2억원이 전달됐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초등학교마다 학급회장을 뽑는 선거가 있었다. 어린 학생들은 친구를 추천하고, 회장이 되면 이렇게 하겠다고 발표하고, 고사리 손으로 투표용지를 모아 누가 몇 표를 얻었는지 칠판에 적었다. 회장이 된 어린이는 같은 반 친구에게 소감을 이야기했다. 후보등록, 유세, 투·개표, 당선사례까지 공직선거법에 적힌 까다로운 법률 용어를 하나하나 경험하면서 민주주의의 절차를 익혔다.

곽 교육감이 준 돈이 법정에서 대가성이 없는 선의라고 밝혀지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고 그가 초등학교를 찾아가 학급회장을 뽑는 어린이들과 손을 잡고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을까. 중·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를 학생들의 축제로 이끌 수 있을까. 초등학생은 아직 즐거운 마음으로 선거를 배운다지만 중학생만 돼도 학생회장이 되느냐 마느냐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영향을 준다. 어떤 학생은 어른이 되면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표하고 다른 집단과의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작고 사소한 절차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 교육의 바탕이 되는 이유다.

곽 교육감은 사퇴하고 개인 자격으로 법정에 서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 절차라도, 그것을 무시하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다음 세대에게 가르쳐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감 신분으로 유·무죄를 다퉈서는 안 된다. 매몰찬 소리일지 모르지만 그는 이미 교육감으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존경을 잃었다.

고승욱 사회부장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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