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아침의 시


정미정 (1966∼ )

투명한 유리컵을 수평선 위에 탁 놓으시는 아버지

이불을 돌돌 말고 타조알처럼 누운 우리는 듣네

톡톡, 달걀 하나 깨 넣으시는 아버지

그 소리에 눈꺼풀 파르르 떠는 우주

그 소리에 방금 알을 빠져나온 고치처럼 우리가 서서히 몸을 켜네

껍질 속에 갇혔던 갑갑한 시간

와앙, 울음을 터뜨리며 바닥으로 머릴 박는

둥근 기포를 어깨에 매달고 천천히 솟아오는

시간의 노른자

먼 산과 들, 살며시 양 무릎 꿇고 두 손 모으네

(하략)


부쩍 새벽잠이 없어지는 아버지가 새벽에 일어나 달걀에 구멍을 내고 입으로 가져가신다. 병아리처럼 웅크린 채 잠자리에서 늑장을 부리던 식솔들은 그 소리를 들으며 부스스 일어나고…. 아버지의 달걀에서 시작되는 하루. 달걀이 깨져야 비로소 하루라는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오늘 하루의 태양도 아버지의 달걀이 깨져야 솟아오른다는 말씀. 그 말씀이 기도가 되고 있다.

정철훈 선임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