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사계] 정관헌과 스타벅스 기사의 사진

덕수궁에서 대중과 자주 만나는 곳은 정관헌(靜觀軒)이다. 이름 그대로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곳이다. 이미 입식생활에 익숙한 고종은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연회를 즐겼다. 요즘 이곳에서 커피 관련 행사가 많이 열린다. 얼마 전에 스타벅스의 슐츠 회장이 기자회견을 가졌고, 스타벅스 후원 행사도 자주 열린다. 정관헌에서 우리나라 커피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다.

고종에게 정관헌은 아픔의 현장이기도 하다. 1898년에 발생한 커피독살 미수사건 탓이다. 그해 9월 12일, 러시아 통역관 김홍륙이 유배를 떠나기 전 고종의 커피에 독을 넣은 것이다. 맛의 이상을 느낀 고종은 미량만 마셔 화를 면했으나 황태자(순종)는 벌컥 들이켜 지능이 상했음은 물론 생식기능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관헌 안팎에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10월 6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전통공연 ‘풍류’가 펼쳐진다. 화려한 선율과 춤사위로 역사의 상처를 위로할 수 있을까.

손수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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