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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봉(1962∼ )

어머니가 밥을 할 때 부지깽이에서는 꽃이 핍니다. 홍매, 목단, 칸나, 채송화, 그 붉은 웃음소리가 꽃 피우는 소리를 듣고 아궁이 속 땔감이 툭툭, 뚝딱 화답을 합니다. 무쇠솥도 따라 그르릉거리며 뜨거운 콧김을 내뿜습니다. 부지깽이에 핀 꽃이 굴뚝에 가서 안개꽃을 피웁니다. 옷소매에 콧물 누렇게 말라붙은 내 입안은 이팝꽃 만발입니다.

동네가 온통 꽃향기로 술렁입니다.

하늘의 구름꽃도 슬슬 밥 냄새를 풍깁니다.


어머니가 밥을 짓느라 부지깽이로 아궁이의 땔감을 들추고 있다. 그걸 물끄러미 지켜보던 어린 아들은 불이 붙어서 자꾸만 짧아지는 부지깽이 끝에 꽃이 핀 것만 같다. 그렇지 않아도 부엌을 나서면 마당 가득 꽃들이 지천이다. 부지깽이꽃이라는 말 속엔 고향을 그리워하는 심원한 온기가 있다. 추석 연휴 때 고향에 다녀온 사람들도 고향의 온기를 두 귓불에 꽃처럼 붙인 채 한동안 가을의 거리를 싸돌아다닐 것이다.

정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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