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기선] 교육감 선거제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기사의 사진

“포퓰리즘 정책 양산하고 민주성 담보 못하는 직선제 폐지 포함해 최선책 찾아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보 매수 혐의사건을 계기로 교육감 선거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현행 교육감 선거의 근간인 직선제는 간선제에서 빚어졌던 선거인 매수 등 비리의 소지를 차단하고, 주민 대표성을 제고한다는 등의 명분으로 2007년부터 실시됐다. 하지만 그간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그 명분을 덮고도 남는다.

법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담보하기 위해 정당의 선거 관여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당은 직·간접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해 왔다. 또 후보들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받고 있음을 과시했다. 결과적으로 교육감 선거는 이념에 따른 편 가르기 선거, 정치적 선거가 돼버렸다.

‘로또선거’라 일컬어질 정도로 기호 또는 투표용지 게재 순위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직선제로 치러진 교육감 선거의 전체 당선자 중 1번과 2번 후보가 차지하는 비율이 71.4%에 달했고 지난해 동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투표용지 게재 순위가 같은 시·도가 7개나 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2004년 이후 실시된 5차례의 시·도지사 재·보궐선거 평균 투표율은 36.5%였다. 이에 비해 그동안 단독으로 치러진 7차례의 교육감 선거 평균 투표율은 15.7%로 주민 대표성 확보라는 직선제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또한 투표율이 불과 12.3%였던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를 관리하는 데 무려 276억원이 쓰였을 정도로 교육감 선거는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선거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한 후보가 사용할 수 있는 공식적인 선거비용은 평균 14억300만원이었다. 이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후보들은 빚더미에 올라앉든지 선거자금을 부정 조달하든지 선택해야 했다. 일부 교육공무원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지원하는 등 줄서기, 편 가르기 현상이 나타났고 교육계 내부의 보수와 진보 갈등을 불러일으켜 교직사회의 분열을 촉발시켰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제도가 아니라 후진적 선거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순히 법규가 미흡하여 생긴 문제는 관련 규정을 보완하면 해소될 수 있다. 예컨대 선거비용 문제는 선거운동을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선거문화가 미성숙해 생긴 문제는 정당, 후보자, 유권자 등 선거 관련자의 행태가 개선되어야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선거문화는 단기간에 개선될 수 없다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일부 규정을 보완하는 것은 자칫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정당의 선거 관여를 사실상 허용하자는 취지의 의견이 그렇다. 그렇게 하면 일부 문제는 완화될지 모르지만 교육감 선거는 본격적인 정쟁의 대상이 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 정치현실과 선거문화를 고려할 때 직선제가 유지되는 한 교육감 선거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직선제에서는 그 속성상 포퓰리즘 정책이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정책까지 인기영합주의에 휘둘리고, 몇 년에 한 번씩 바뀌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 외국에서도 교육감 직선제를 실시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직선제가 추구하는 주민 대표성도 중요한 가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지방교육자치의 영역에서는 주민자치의 원칙이라는 민주주의적 요청만을 철저하게 관철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직선제는 교육감을 선출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지 민주성을 담보하는 절대적인 제도라고는 할 수 없다.

앞으로 교육감 선거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직선제 폐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치권과 교육계 등이 함께 이념과 정치논리를 떠나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플라톤이 주장했듯이 ‘교육은 정치 위에 있다’.

이기선 중앙선관위 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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