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겉과 속-(4) 정치 후원금은 쌈짓돈] 이발비 12만원·안경 구입비 45만원 쓰고 “의정활동용” 기사의 사진

‘호텔 이발 12만원’ ‘업무용 안경 구입 45만원’ ‘사우나 4만원’….

지극히 사적인 씀씀이로 보이지만 국회의원이 하면 이 모든 게 ‘의정활동’으로 둔갑된다. 일부 의원들은 정치 발전을 기대하며 보낸 지지자들의 후원금으로 호사를 누렸고, 사사로운 곳에 낭비했다. ‘정치 막장’이라며 국민 모두가 외면한 국회 본회의장 난투극 뒤처리를 위한 비용에도 유권자들의 후원금이 쓰였다.

◇의원들은 피곤해(?)=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선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예산안 기습통과를 두고 여야 의원이 충돌하면서 출입구 강화유리문마저 파손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현장을 찍어 연말 ‘올해의 사진’으로 선정했다.

의원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에도 이날의 상흔이 그대로 전해졌다.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려던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을 가로막다가 주먹이 오가는 격투를 벌인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병원비로 25만5830원을 썼다. 입고 있던 셔츠가 찢어진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이날 3만9000원짜리 새 셔츠를 사 입었다.

의원들의 의료비 지출은 정기국회와 임시국회 회기를 전후해 집중됐다.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은 지난해 3월 임시국회가 끝난 직후 서울대학병원에 76만원을 내고 건강검진을 받았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한번은 회의 도중 쓰러지듯 빠져나온 적이 있어 급하게 병원에 모시고 갔다”며 “회기가 끝난 후 무슨 문제가 있나 해서 일반 건강검진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도 지난해 허리 치료와 보호대 구입에 후원금 20만원을 썼다. 허리 강화를 위한 휘트니스센터 등록비로 지난해 8월 27만원을 지출하는 등 건강관리를 위해 정치자금을 아낌없이 썼다.

유 의원실 관계자는 “2009년 용산 철거민 참사 시위 등 각종 시위현장에서 선두에 서다 보니 다치는 게 일상이 됐다”며 “집에 가만히 있다가 (허리에) 무리가 온 게 아니라 의정활동 중 봉변을 당한 거라 후원금으로 써도 문제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후원금으로 사우나를 드나든 의원도 있다.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은 지난해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된 후 정치자금으로 국회 앞 사우나(동양파라곤스파) 출입을 시작해 모두 7차례 19만8000원을 지출했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후원금으로 정장(28만원)을 사 입고. 노래방비(17만9000원)를 내고, 사우나(6만1000원)를 이용했지만 올해 1월 24일 선관위 신고 전 ‘카드 실수사용’이라며 모두 정정 신고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선관위에 문의를 했더니 통상적인 정치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들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서 모두 실수 지출로 처리했다”고 했다.

◇의정활동과 사적경비의 모호한 경계=국회의원과 보좌진의 해명은 한결같았다. 국민일보가 사적경비로 의심한 지출 내역 모두 “정치활동에 관계된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2월 13일 후원금 12만원을 서울 이태원동 캐피탈호텔 이용원에서 결제한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 역시 ‘의정활동용’이라고 설명했다. 구 의원은 선관위에 제출한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에는 ‘정치활동-인터뷰 준비’로 해당 내역을 기재했다. 그러나 호텔 이용원에 문의해 보니 머리를 자르는 ‘컷’ 비용은 2만5000원에 불과했다. 12만원은 마사지 서비스를 포함했을 경우 청구되는 금액이라고 했다. 구 의원은 “그날 방송 인터뷰가 있어 사우나까지 했다”고 해명했다.

의정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소소한 사적경비를 정치자금으로 처리한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의 경우 지난해 3월 구두 수리비로 3만원을 지출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언제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본회의장 충돌 과정에서 구두가 많이 헐어 놔뒀다가 그때 마침 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당 차명진 의원은 지난해 5월 27일 업무용 안경 구입비로 10만원을 지출한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1주일 간격으로 45만원짜리 업무용 안경 두 개를 추가 구입했다. 차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과로로 눈이 안 좋아져 3번인가 수술 받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병원을 꼬박꼬박 다녔다”라며 “(안경 지출이 3번이나 되는 것은) 병원 처방에 따라 안경을 구입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 경기도 부천의 한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은 후 선관위에 ‘품위유지비’로 3만원을 신고했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지난해 3월과 6월 ‘의원님 티셔츠 구입’과 ‘의원님 장갑 구입’이라는 명목으로 각각 4만9500원과 1만9800원을 썼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티셔츠와 장갑 모두 내역을 잘못 적은 것”이라며 “사실은 티타임을 가진 것으로 선관위에도 그렇게 해명했다”고 말했다.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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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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