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장지영] 김연아의 선택 기사의 사진

‘피겨 여왕’ 김연아의 거취가 오리무중이다. 김연아는 아직도 내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수 생활을 계속할지에 대해서도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김연아는 그동안 여러 차례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가장 최근인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15 로스앤젤레스 스페셜 올림픽 개최 발표식에 참가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선 “대회에 나가려면 선수로서 목표가 있어야 하고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나도 내 마음을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 피겨계나 국민들은 김연아가 적어도 2014 소치 올림픽까지는 선수로 뛰어 주길 바라고 있다. 이달 초 만 21세가 된 김연아가 선수생활을 접기엔 아까운 데다 김연아에 버금가는 후배 선수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연아는 지난해 2월 밴쿠버 올림픽이 끝난 이후 여러 차례 “쉬고 싶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말했다. 피겨 선수로서 모든 목표를 이룬 후에 찾아 온 허탈감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연아에 앞서 다섯 명의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우승자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바로 은퇴를 선언했다. 1992년의 크리스티 야마구치(당시 21세), 1994년의 옥사나 바이올(〃 17세), 1998년의 타라 리핀스키(〃 15세), 2006년의 아라카와 시즈카와(〃 25세)가 그런 길을 걸었다.

김연아는 은퇴하진 않았지만 지난 2년간 세계선수권대회에만 2번 참가했다. 대신 한국과 미국에서 여러 차례 아이스쇼를 개최하고 SBS의 예능프로 ‘키스 앤 크라이’를 3개월간 찍었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홍보대사로 활약했으며 유니세프 등 각종 기관의 홍보대사로 적지 않은 스케줄을 소화했다.

현재 김연아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만약 김연아가 현역 선수생활을 은퇴한다면 대학생활을 좀 더 충실하게 할 수 있고, 피겨 지도자로서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다. 또 프로 선수로서 아이스쇼에 더 많이 참가할 수 있다. 이때 대한빙상연맹이나 국민들, 특히 과격한 네티즌들로부터 유무형의 압력을 받는 것은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그가 국가대표이기 때문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기업들의 후원도 사라질 것이다.

반면 김연아가 선수생활을 계속하기로 정한다면 당연히 1980년대 ‘피겨 여왕’ 카타리나 비트에 이어 올림픽 2연패라는 금자탑이 목표가 될 것이다. 다만 비트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던 데는 당시 동독 정권의 압력이 있었다. 김연아의 경우 스스로 올림픽 2연패에 대한 추동력을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더 어렵다.

차라리 소치 올림픽까지 2년 반 정도 남은 지금 김연아가 잠시 은반 위를 떠나 있는 것은 어떨까. 자신에게 피겨가 어떤 의미인지 돌이켜 본 뒤 확신이 생겼을 때 돌아오는 것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 ‘피겨 황제’ 예브게니 플루센코(29)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은퇴했다. 이후 프로로 전향했다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현역 복귀한 그는 간발의 차로 에반 라이사첵에 밀려 은메달에 머물자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다시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연아가 국민의 바람인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려면 우선 자신이 스케이트를 즐겨야 하지 않을까.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김연아의 아이스쇼에 참가한 캐나다 스케이터 패트릭 챈(세계랭킹 1위)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아에게 절대 피겨만을 강요하지 말라. 연아가 정말로 가슴속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김연아에게 스포츠 애국주의를 너무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지영 체육부 차장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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