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칼럼] ‘富者 울렁증’에 걸린 한나라당 기사의 사진

“고소득자 근소세 감세는 철회하더라도 법인세와 양도세 감세는 밀고 나가야”

아파트 값이 한창 치솟던 참여정부 시절 다주택 보유자를 잠재적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이해찬 총리의 발언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그는 ‘사회적 범죄행위’ ‘사회적 암’ 등 험한 말을 쏟아내면서 다주택 보유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특별 관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대부분 서민가구들은 내집마련을 하기까지 전·월세 주택에서 살아야 하는 형편인데 다주택 보유를 사회적 범죄로 몰아가면 셋집은 누구 돈으로 지어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현실을 외면한 일방적 공세였다. 한낱 시정잡배들의 악담이라고 치면 그만이겠으나 국정을 끌어가는 총리가 할 소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에서도 이상한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선후보 경선을 넘보던 홍준표 의원은 아예 성인 1인1주택제와 토지소유상한제를 공약하겠다고 나섰다. 사유재산 보호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서 부동산 보유를 법률로 직접 규제하겠다는 발상은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시장을 극도로 왜곡시켜 경제 전반에 일대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10년 야당생활을 해온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이런 위험을 알면서도 허황된 포퓰리즘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요즈음 한나라당은 야당 할 때보다 더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집권 여당이 좌·우 편가르기에 연연하지 않고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겠다는 발상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이나 세제개편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주요 정책 추진에서 어정쩡한 태도로 인해 혼선을 자주 드러낼 뿐더러 추진력도 미약하기 짝이 없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고위직 인선과 주요 정책이 기득권층과 대기업에 쏠렸다는 비판을 의식한 나머지 야당 측에서 ‘부자’ 소리만 입에 올려도 화들짝 놀라는 증세를 보인다.

최근 감세철회 논란만 보아도 한나라당의 울렁증이 어느 수준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조세는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도 납세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고르고 폭넓게 징수해야 한다. 또한 세금이 시장 흐름을 왜곡시켜 경제활동에 불필요한 지장을 주거나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해치지 않도록 신중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돼 시중 자금이 지나치게 쏠리면 양도소득세를 비롯한 거래세를 올려 차익을 환수함으로써 시장을 진정시켜야 하고 반대로 경기가 너무 위축돼 시장기능을 상실할 지경이면 세금을 감면해 거래를 살리는 게 마땅하다. 누진제를 통해 고소득자에게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소득이 적으면 세율도 낮춰 소득재분배와 조세형평을 기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산업구조를 감안해 법인세는 가급적 낮게 가져가는 게 기업과 국가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감세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원칙과 논리도 없이 야당의 ‘부자감세’ 공세를 피하기 위한 수세로 일관하고 있다. 세제개편을 놓고 정부안의 미비점을 보완해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야당 공세에 지레 겁을 먹어 달아난다. 이번 국감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감세 철회에 따른 정책불신을 지적함으로써 소신을 강조하는 정도였지 적극적인 주장은 듣기 어려웠다.

한나라당이 책임 있는 여당 모습을 보여주려면 공세를 피할 궁리부터 할 게 아니라 양도세 부담 완화를 통해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함으로써 전세공급을 원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고소득자에 대한 근로소득세 감세는 철회하되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법인세는 감세가 맞는 방향이라고 주장하는 자신감을 보여주어야 한다. 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논리 개발과 대국민 홍보에서 유리한 입장에 있는 여당이 ‘부자 감세’ 공세에 놀라 파리해진 모습이 옆에서 보기에도 너무 안타깝다.

김성기 편집인 kimsongk@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