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승한] 한길 가는 순례자 기사의 사진

서양 속담에 ‘애굽의 고기 가마’라는 말이 있다. 안락을 위해 자유를 파는 기회주의를 의미한다. 이 속담은 성경에서 유래했다.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을 한 뒤 홍해를 가르는 기적을 체험하며 당당하게 광야로 들어선다. 하지만 그들은 사흘 길을 가는 동안 물이 떨어지고 극심한 갈증이 오자 민족의 인도자 모세와 자신들을 선민으로 선택해 구원을 펼치시는 하나님을 원망하기 시작한다. 먹을 것이 떨어지자 애굽에서 먹던 고기가 생각난다.

애굽에서 나온 지 두 달 반. 고기 한 점 먹지 못한 이스라엘 자손 온 회중이 그 광야에서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며 소리를 지른다. “우리가 애굽 땅에서 고기 가마 곁에 앉아 있을 때와 떡을 배불리 먹던 때에 야훼의 손에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너희가 이 광야로 우리를 인도해 내어 이 온 회중이 주려 죽게 하는 도다.”(출 16;3)

애굽의 고기 가마

자유가 없는 노예생활을 할 때, 그들은 아무리 배가 부르도록 먹을 수 있는 애굽의 고기 가마가 옆에 있어도 자유를 갈망했다.

굶주려도 좋으니 하나님을 마음껏 경배하며 찬양하는 자유를 원했다. 민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신의로 지파의 전통을 이어가며 한길을 가는 민족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환경이 변하고 굶주림이 다가오자 자유를 갈망하던 마음에서 떠나 지도자와 하나님을 원망하고 불평하는 죄인의 모습으로 돌아섰다. 광야에서 보여준 이스라엘 민족의 원망과 불평은 인간이 갖고 있는 어쩔 수 없는 나약함과 한계성을 보여준다. 굶주림과 갈증의 공포 때문에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는 하나님의 성품은 사라지고 루시퍼의 악독으로 가득 차게 된 것이다. 이것이 보통사람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요즘 모 방송국의 수목 드라마가 인기다. 수양대군의 계유정란을 배경으로 그린 이 드라마는 일반 사극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시중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드라마에는 원수지간인 수양대군의 딸과 김종서의 아들 사이에 목숨을 아끼지 않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또 출세와 안일을 위해 변절할 수도 있지만 주군을 배신하지 않고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는 사육신의 절개가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어린 조카를 몰아내고 권력을 찬탈한 수양의 성공 스토리보다는 두 남녀의 사랑에, 그리고 변절하지 않는 충신들의 ‘한길 가는 삶’에 사람들은 박수를 보낸다. 요즘같이 배신과 변절과 기회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이 드라마는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잡고 있는 것이다.

믿고 따르는 순례의 삶

크리스천들은 구별된 삶을 요구받는다. 아니 구별된 삶을 살라는 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은총이다. 구약시대에 하나님의 사람들이 그랬고, 신약시대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리고 사도 바울 이후 이름 모를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기 위해 복음의 길로, 한길 가는 순례의 삶을 살았다. 이 신앙의 전통이 오늘 세계교회와 한국교회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애굽의 고기 가마가 아무리 좋아도 진리와 사랑과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기독교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주님은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 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리로 공의를 베푸시는(사 42:1∼4) 사랑의 하나님임을 믿고 그 길을 따르는 한길 가는 순례자. 그들의 뒷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이승한 종교국장 s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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