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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공개 부메랑… “이성친구까지 알려져 끔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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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피로증후군을 호소하는 이 중 많은 이들이 ‘개인정보 침해’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주변 지인들과 일상을 나누기 위한 공간으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시작했지만 원치 않는 사람에게까지 사생활이 공개되면서 피로감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이정은(28·여)씨는 직장 동료들에게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 주소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씨는 23일 “평소 인사 정도만 나누던 직상 상사가 가족관계와 이성친구 등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를 알고 있어 소름이 끼쳤던 경험이 있다”며 “학맥이나 친한 지인 등이 자연스레 공개되는 SNS의 구조에 질려 철저히 비공개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SNS 등 인터넷상의 개인정보 침해 신고·상담 건수는 2005년 1만8206건, 2006년 2만3333건, 2007년 2만5965건, 2008년 3만9811건, 2009년 3만5167건, 2010년 5만4832건으로 나타났으며 지난 6월까지 이미 5만1370건을 기록하는 등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임종인 교수는 “비록 자신이 소수에게 공개한 것이더라도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아, 이러다 큰일 나겠다’는 회피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신상털기’를 보며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 전략연구소 배운철 대표는 “우리나라 SNS 사용자들은 해외 이용자들보다 가족관계나 일정 같은 개인정보를 너무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경향이 있다”며 “예를 들어 지난여름 피서철에 ‘우리 가족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디로 휴가를 간다’고 적어놓는 경우도 많은데, 이럴 경우 자칫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SNS를 마케팅·광고 수단으로 생각하는 업체들이 많은 점도 SNS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SNS에 오랜만에 들어가 보면 친구나 지인의 메시지보다 온라인 쇼핑몰·게임·도박·데이트·성인용품 광고가 많다. 대학생 정범준(25)씨는 “잠시만 관리를 안 해도 광고성 스팸 메시지가 넘쳐나는 SNS는 더 이상 대화와 친교의 공간만은 아닌 것 같다”며 “개인적인 공간에까지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들을 보며 피로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SNS 열풍을 몰고온 페이스북이 최근 성장 둔화되는 양상이다. SNS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09년과 2010년 각각 90.3%, 38.6%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페이스북 신규 가입자 증가율은 올해 미국에서 13.4%의 증가율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에서는 SNS상의 사생활 침해 문제가 심각해지자 SNS에 남긴 흔적을 말끔히 지워주는 사이트까지 생겨났다. 네덜란드 출신 개발자들이 개설한 ‘웹2.0 자살기계(www.suicidemachine.org)’는 트위터·페이스북·마이스페이스 등 자신의 SNS 계정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SNS에 올린 글과 사진을 모두 지우고 계정을 없애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보피로증후군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종의 ‘정보 다이어트’를 제안한다.

하버드 의대 에드워드 할로웰 박사는 그의 책 ‘창조적 단절’을 통해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위해 불필요한 정보로부터 어느 정도의 격리가 필요하다”며 “잠시 정보의 홍수로부터 벗어나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창조적 단절’을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쏟아져 나오는 정보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과잉이 되면 피곤해지는 게 사실”이라며 “SNS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지혜롭게 균형점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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