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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이면우 (1951~ )

무언가 용서를 청해야 할 저녁이 있다

맑은 물 한 대야 그 발밑에 놓아

무릎 꿇고 누군가의 발을 씻겨줘야 할 저녁이 있다

흰 발과 떨리는 손의 물살 울림에 실어

나지막이, 무언가 고백해야 할 어떤 저녁이 있다

그러나 그 저녁이 다 가도록

나는 첫 한마디를 시작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발을 차고 맑은 물로 씻어주지 못했다.


시에서 강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사랑이 떠나가고 난 빈 자리에 흐르는 강물. 아집에 찬 우리는 용서를 구하지 못하고 발을 씻어주지도 못한다. 그리고 어느 날 저녁에서야 눈물 흘리며 강이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첫 한마디를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 가슴에 차고 맑은 물은 있지만 그 한 모금의 물을 주지는 못하는 당신. 가을이 저물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돌아가라. 가서 가슴속의 물을 대야에 담아라. 이 저녁도 두 번 오지 않을 것이다.

임순만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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