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사계] 감에게서 홍시에게 기사의 사진

과일이 익으면서 가을도 깊어간다. 결실을 먼저 뽐내는 놈이 감나무다. 제사상의 주인공이기에 궁궐과 민가에서 두루 심었다. 대추나무는 밭, 밤나무는 산자락, 돌배나무는 숲 속에 심은 데 비해 감나무는 특별히 집안 가까이 두었다. 옛 문헌에 나오는 감나무의 일곱 가지 덕(德) 가운데 두 번째와 여섯 번째 덕, 즉 잎사귀가 커 녹음이 짙고, 열매가 유익하기 때문이다.

잎사귀로 말하면 가난한 집안의 학동은 종이 대신에 붓글씨 연습을 했다. 열매로는 이보다 요긴한 것이 있을까. 홍시와 곶감 말고도 따뜻한 소금물에 담가 인공 단감을 만들어 먹었다. 생리(生梨) 청죽(靑竹)과 더불어 조공 물품에 포함되기도 했다.

창덕궁 낙선재 주변에 감나무가 많다. 화계 넘어 평원루 주변의 감나무는 가지가 부러질 듯 주렁주렁 열렸다. 감나무 우거진 시림(枾林)에 벌써부터 청설모와 딱따구리 다람쥐 무리가 분주히 몰려든다. 늘 그렇듯 날짐승은 맨 나중 차지다.

손수호 논설위원 shsh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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